공전과 자전
2007. 9. 28. 23:19
아리랑
이국에서 듣는 아리랑은 이상하리만치 나그네의 심금(心琴)을 세차게 후려쳐 내린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의 외국 생활을 하면서 아리랑을 처음 듣는 것이 아님에도
이번에는 왜 이렇게 콧날이 찡해 오는 것일까!
아마 나이를 조금 더 먹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을 해 본다.
아리랑은 우리 겨레의 대표적인 민요(民謠)이다.
민중 사전을 보면 아리랑 타령의 준말이라고 되어 있는데 고등 학교 때 배운 노래는
왜정의 포악(暴惡)에 시달리던 겨례의 울분(鬱憤)이 담긴 노래인 신 아리랑으로
신 민요인 ‘본조 아리랑’과 곡조는 같고 가사만 다른 아리랑의 하나인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렇듯 일제 강점기에는 한 맺힌 우리 겨레의 대표적인 민요로 자리 잡았었다.
중국에 와서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중국인 여직원이 우리말 공부를 얼마나 열심히
하려고 하는지 틈만 나면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고 싶은 마음이다.
덤으로 서툰 내 중국어 실력도 크게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 도랑 치고 가재 잡는
격이랄까!
그런데 느닷없이 ‘아리랑’을 들을 수 없느냐? 고 물어오는데
선뜻 답변을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 내가 가지고 있는 음악 파일을 찾아 보았더니
합창곡으로 된 ‘아리랑’ 이 있어 얼마나 다행스러웠는지…….
예전 같으면 꿈도 꾸지 못할 일인데 지금은 간편하게 음악 파일만 있으면 웬만한
컴퓨터에서도 쉽게 들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아리랑이 잔잔하고 은근한 우리 가락으로 흐르는데 갑자기 콧날이 시큰거리며
왈칵 눈물이 솟구쳤다.
아리랑이 우리에게 주는 일반적인 감흥(感興)과 이국(異國)에서 들을 수 있다는
기쁨이 합쳐져 그런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아리랑은 작사(作詞) 미상(未詳)의 민요다.
아리랑은 우리와 같은 민족이면 누구나 아는 노래이며 살고 있는 지역 따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북한은 물론이고, 저 드넓은 만주 벌판인 동북삼성 어느 곳이나 지구촌 구석 구석
고루 퍼져 사는 우리말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아리랑’을
들을 수 있는 친근한 우리들의 노래인 것이다.
어떤 이는 아리랑을 이렇게 풀이한다.
아(我)는 참된 나(眞我)와 혼(魂)을 의미하고, 리(理)는 알다, 다스리다,
통하다 의 뜻이며, 랑(朗)은 즐겁고 밝다는 의미라고 한다.
아리랑의 참뜻은 참된 나를 깨달아 인간 완성에 이르는 기쁨을 노래한 깨달음의
노래라고 하니, 이런 아리랑이 지니고 있는 참된 이치(理致)와 도리(道理)를
깨닫지 못해 내 인생은 발병이 나서 절름발이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머나 먼 객지에서 들은 아리랑을 그냥 흘려 들어 넘기지 말고
일제 강점기를 벗어나려는 조상들의 투지(鬪志)와 강인(强靭)함을 본받아
내 인생의 멋진 대미(大尾)를 장식하는 길잡이로 삼아야겠다.
<記 丁亥 盛夏 山東 靑島 淸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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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까치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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