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스크랩] 엄마의 정성이 가족의보약

공전과 자전 2006. 1. 11. 18:13
엄마의 정성이 가족의 보약”


엄마의 눈높이에서 먹거리 문제를 다룬 ‘차라리 아이를 굶겨라’의 공동저자인 박명숙(37) 환경정의 시민연대 ‘다음을 지키는 사람들’(다지사) 국장의 장보기에 기자가 따라나섰다. 결혼 9년차인 박씨는 주부 경력은 얼마 안되지만 아이들의 환경과 건강문제에 관심을 갖고 안티 패스트푸드 운동을 비롯한 바른 먹거리 활동을 벌여왔다.

열흘 간의 유럽출장에서 돌아온지 이틀째. 그동안 남편과 아들 셋이 밑반찬을 모조리 동을 내 박씨가 급하게 찾은 곳은 사무실 근처에 있는 정농생활협동조합 매장이다. 대형마트나 동네 슈퍼 대신 생협을 찾기 시작한지 5년이 다 되어간다.

“그전부터 유기농산물을 먹고 싶었는데 빠듯한 살림이라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그런데 둘째가 아토피 증세를 보이면서 병원비 대신이라는 생각에 생협에 가입했죠.”

이날 저녁식단은 잡곡밥에 된장국,감자를 넣은 삼치조림,콩나물무침,두부조림,김구이로 정했다. 생협에서는 두부와 콩나물,달걀,당근,양파,버섯에 아이들 간식으로 줄 빵을 골랐다. 생협에서 파는 야채는 시중가에 비해 그다지 가격이 높지 않다. 두부나 콩나물,유정란 등은 친환경회사 제품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싼 수준이라는 게 박씨의 귀띔. 반면 과일은 비싼 편이라 박씨는 아는 사람을 통해 직거래로 구입하고 쌀과 된장,고추장,나물류는 시골 시댁에서 부쳐주는 것을 먹는다고 한다.

생협에도 가공식품이 있지만 박씨는 웬만해서는 손을 대지 않는다.

두부와 어묵이 박씨네 밥상에 오르는 몇 안되는 가공식품이다. 돈가스,참치는 물론이고 이제까지 아이들에게 햄을 먹인 것은 수제 햄을 선물받았던 단 한번.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공식품의 도움없이 끼니마다 나물반찬을 먹이는게 쉽지 않을텐데 말이다.

“다들 가공식품이 편하다고 하지만 햄 굽는 시간이나 콩나물 무치는거나 비슷해요. 실제로 5∼10분 차이밖에 안 나는걸요. 씻어서 파는 쌀도 나왔던데,쌀 씻는 시간 아껴서 뭐하겠어요?남아있는 환경호르몬 때문에 내 아이한테 해로울 수 있는데.”

이렇게 생협에서 장을 봐서 쓰는 다섯식구 한달 식비는 20만∼40만원꼴. 박씨는 처녀 때 옷을 그대로 입고,남편도 친구한테 받은 양복을 몇년째 입는 수더분한 성격이라 1년에 쓰는 피복비는 몇만원에 불과하다. 유기농산물이 비싸다고 하지만 온 식구 한번 외식할 돈이면 생협에서 일주일치 장을 볼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유기농산물,비싸죠. 그래도 먹는 건 내 아이들의 건강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내 나름의 환경운동이자 소비운동이에요. 유기농산물을 사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 생산자들도 농약을 덜 쓰게 되고,언젠가 굳이 생협에 가지 않아도 집앞 슈퍼에서 안전한 먹거리를 살 수 있는 날이 오겠죠.” 

  국민일보권혜숙 기자/입력 : 2005-12-08 14:28
출처 : 엄마의 정성이 가족의보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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