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시간과 공간은 분리된게 아니라 긴밀히 연과되어 함께 변한다
시간과 공간은 분리된게 아니라 긴밀히 연과되어 함께
변한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17세기 과학혁명에 아이작 뉴턴이 있었다면, 20세기 과학혁명에는 앨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이 있다. 근대 과학혁명을 완결 짓고 고전물리학을 확립하여 이후 모든 과학들의 전형을 창출한 것이 뉴턴이라면, 아인슈타인은 300년간 지속되어 온 뉴턴 패러다임을 종식시키고 20세기 현대과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다. 지금으로부터 꼭 100년 전인 1905년, 아인슈타인은 20세기를 송두리째 뒤흔들 세 편의 논문을 스위스 <물리 연감>에 발표하였다. 바로 광양자 가설, 브라운 운동 이론, 그리고 특수 상대성 이론이다. 당시 아인슈타인은 아직 박사학위를 받지 못했고 뛰어난 학문 업적도 없었으며, 스위스 특허국에서 검사관으로 열심히 일하던 26살의 젊은 청년이었다. 아인슈타인의 논문들을 본 저명한 물리학자 루이 드브로이는, 당시에 “한밤의 어둠 속에서 번쩍이는 로켓이 광대한 미지의 영역에 짧지만 강력한 광채를 갑자기 드리웠다”라고 술회하였다. 이 논문들이 고전물리학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혁명적인 내용을 담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 어느 것보다도 20세기 현대물리학의 새로운 출발을 예고함은 물론, 이후의 철학 사상에도 심대한 영향을 끼친 것은 당연히 상대성 이론이다. 먼저 상대성 이론은 20세기 현대물리학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우주론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중력장(field)의 물리학을 한 단계 발전시키며, 개념적으로 매우 혼란스러웠던 입자와 장, 질량과 에너지, 그리고 물질과 운동 사이의 관계를 매우 명확하게 정립하였다. 상대성 이론의 성공에 대한 일반 대중들의 반응이 얼마나 뜨거웠는가를 보여주는 하나의 일화가 있다. 1919년 11월7일, 영국의 <더 타임스>는 “과학의 혁명” 또는 “뉴턴주의는 무너졌다”라는 제목의 머릿기사를 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이 영국 과학자들의 천체 관측에 의해 검증되었음을 대서특필한 기사다. 1차 세계대전이 한창 진행 중이던 1916년, 특수 상대성 이론이 발표된 지 11년째 되던 해에, 아인슈타인은 일반 상대성 이론을 발표하면서 이 이론을 검증할 세 가지 관측사례들도 함께 제시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빛이 중력장 속에서 휜다”는 것이었다. 이는 예전에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생각이다. 1919년 영국의 과학자들은 개기일식 때, 태양 저편의 별 빛이 태양을 지나 지구로 오는 과정에서 태양 중력에 의해 휜다는 사실을 직접 관측하였다.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이 예측한 대로 말이다. 이후로 아인슈타인은 일약 대중적인 유명인사가 돼버렸다.
스위스 특허국 검사관 아인슈타인 26살때 상대성 이론 논문 발표
20세기 과학 새 패러다임
특수 상대성 이론이 제공하는 이 연관규칙에 따라, 시간과 공간에 관한 존재론적 의미를 다음과 같이 얻을 수 있다. 우선 시간과 공간은 서로 긴밀히 연관되어 공변한다. 공간과 시간은 더 이상 분리되어 있지 않고, 또한 독립적이지도 않다. 따라서 시간과 공간을 따로 둘 필요 없이 이들을 묶어 4차원의 시공간으로 간주한다. 공간적 위치가 달라지면 시간적 흐름도 따라 달라진다. 다음으로 시간과 공간은 물체의 운동에 따라 달라진다. 즉 물체의 운동에 상대적이다. 가령 여의도 광장을 (보다 더) 빠르게 질주하는 관찰자에게 시간은 (보다 더) 더디 가고, 질주 방향과 평행하게 놓여 있는 63빌딩의 가로 길이는 (보다 더) 수축되어 보인다. 이는 시간과 공간이 물질세계와 무관하게 선재하거나 이의 변화에 상관없이 불변하는 어떤 절대적인 존재자가 아니라, 물질세계의 운동에 의존하는 운동 상대적인 것임을 분명히 한다. 한편, 시공간 개념 안에는 모든 사람들에게 공통적인 ‘현재’ 시점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즉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의미를 갖는 ‘현재’란 없다. 다만 ‘관찰자 ㄱ씨의 현재’나 ‘관찰자 ㄴ씨의 현재’ 등이 있을 뿐이며, 이 ‘현재’들이 반드시 동시적인 필요는 없다.(동시의 상대성)
절대불변의 이론은 없어
우리의 삶 속에서 시간·공간만큼이나 우리와 가장 밀접한 관련을 가지면서도, 그것의 본질이 진정 무엇인가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무지한 것도 그리 흔치 않을 것이다. 아마도 그것의 본질을 우리가 알건 모르건, 우리의 생활에 어떤 불편함이나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시간과 공간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실은 인간의 아주 오래된 주제 가운데 하나다. 자연에 대한 과학적 인식이 확립된 근대 이전에도, 사람들은 대체로 물체가 존재하고 운동이 가능하기 위한 공허한 장소로서 공간을 생각하였고, 시간은 공간과는 분리 독립된 것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물질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공간과 시간은 자체로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사고는 유클리드 기하학을 통해 공간의 특성을 엄밀하게 분석하면서, 그리고 우리의 일상적인 경험과 충돌하지 않는다는 경험적 판단 등에 힘입어 매우 일반적인 것으로 받아 들여졌다. 더욱이 뉴턴의 고전물리학이 시간·공간에 관한 이런 전통적 관념을 토대로, 자연 현상을 매우 성공적으로 설명해 냄으로써 그러한 생각은 한층 더 굳어졌을 것이다. 이런 배경 때문에 자연에 대한 과학적 인식이 획기적으로 발전한 20세기 초에 와서도, 시간과 공간에 관한 이런 전통적 이해는 쉽게 변화하거나 부정되지 않고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실제로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던 당시 많은 과학자들에게서도, 이런 모습이 분명 존재했으리라는 것을 우리는 충분히 추정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상대성 이론의 성공은, 우리가 아무리 일상생활에서 그러한 일상적인 관념들의 문제점을 느끼지 못한다 하더라도, 심지어 일상적 관념의 선택이 우리의 일상생활에 훨씬 더 유용한 것으로 선택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잘못된 관념임을 분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이는 또한 시간·공간을 포함하여 자연에 관한 우리의 관념들이 새로운 과학이론의 등장 및 성공에 따라 언제라도 변화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절대적인 것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그 때를 향하여….
이중원/서울시립대 교수·과학철학 jwlee@uos.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