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뿔 - 신경림, 소 - 이중섭
뿔
사나운 뿔을 갖고도 한번도 쓴 일이 없다
외양간에서 논밭까지 고삐에 매여서 그는 뚜벅뚜벅 평생을 그곳만을 오고간다 때로 고개를 들어 먼 하늘을 보면서도 저쪽에 딴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그는 스스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 쟁기를 끌면서도 주인이 명령하는 대로 '이려' 하면 가고 '워워' 하면 서면 된다 콩깍지 여물에 배가 부르면 큰 눈을 꿈벅이며 식식 새김질을 할 뿐이다.
도살장 앞에서 죽음을 예감하고 두어 방울 눈물을 떨구기도 하지만 이내 살과 가죽이 분리되어 한쪽은 식탁에 오르고 다른 쪽은 구두가 될 것을 그는 모른다 사나운 뿔은 아무렇게나 쓰레기통에 버려질 것이다
- 신경림
싸우는 소
서로 싸우는 두 마리의 소 중에서 오른쪽의 소가 패해서 마치 삶의 허무함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소
소의 머리에서 피가 나는데도 불구하고 쳐든 앞다리 한쪽과 넓게 벌린 뒷다리의 분위기로 보아 투혼이 사라지지 않은 소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소
소는 작가의 중등 과정부터 줄곧 즐겨 그리던 그림의 소재였다. 소를 통하여 자신의 감정은 물론 소로 상징되는 민족과 현실에 대한 느낌을 그렸던 것으로 보인다. 자신을 돌봐준 의사에게 선물한 이 그림은 그의 배려로 건강하게 되었다는 감사의 마음을 그림에 보이는 평정한 모십의 소로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뒷면에는 비둘기가 있는 <가족과 비둘기>가 그려져 있다.
흰 소
검은 배경 앞의 소가 화면 너머에 있으리라 여겨지는 상대를 향해 뿔을 세우고 막 나가려 하고 있다.
흰 소
회색조의 배경에 검고 흰 붓질로 된 득의의 작품이다. 여기에서 검은 빛과 흰빛을 아울러 추사체와 같은 붓질로 여겨진다. 특히 머리와 꼬리 부분의 표현이 강하다.
황소
왼쪽으로 향한 얼굴과 오른쪽으로 향한 눈이 화면의 양쪽 모두를 지배하고 있다. 코와 입에 가해진 선연한 붉은 색과 넓은 배경의 붉은 노을을 층지게 하여 이런 느낌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 이중섭
이중섭(李仲燮,1916.4.10 - 195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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