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뫼비우스의 길
'보고 싶음'이란 감정은
시냇물처럼 졸졸 흐르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 물줄기 속에 걷다 보면
때때로 물줄기가 나를 집어 삼킬 만큼
큰 파도가 되어 다가오기도 한다.
계곡물을 건너던 나는...
어느덧 바람 몰아치는 바닷가에 서있다.
아마 내가 계속 던지고 사는
주사위의 숫자가
'그리움'이 만든 법칙에 맞게 나오면
나를 통채로 옮기나 보다.
나는 분명히 두 개의 주사위를 던지는데,
바닥을 보면 언제나 세 개가 있다.
또 나는 주사위를 던지고 싶지
않은데
어느새 바닥에 이미 하나가 떨어져 있어
나도 던져야만 한다.
결국 나와 세계와의 예측할 수 없는
역학 관계에 따른다.
나는 세 주사위의 합이
'그리움'의 법칙을 비껴가기를 바란다.
아니 비껴가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내 키를 뛰어 넘는 파도가 아닌
잔잔한 파도 물결을 희망한다.
졸졸
흐르는 계곡 물에서
여유롭게 걷기를 원한다.
이 작동에서 가장 큰 맹점은
내가
주사위 던질 시점을 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난감할 때가 종종 있다.
만원
버스에 앉아 있을 때
던져진 주사위가 '그리움'의 법칙과 일치할 때
전화기를 타고
들어오는 친구 녀석의 목소리가
따뜻하게 변할 때
나를 놓지 않으려는
노력이 뒤따른다.
그럴 때는 항상 위험하다.
........
오늘 퇴근길에
달리는 서울대 마을버스 2-1에서
매우 난감했다.
어제의 뫼비우스 띠를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나오려고 했는데
우연히 구정이라는 시기가 겹쳐서
그랬던 것 같다.
친구 녀석이 잘 다녀오라며
나중에 같이 뵙고 오자는
간단한 문자 메세지가
그랬던 것 같다.
.......
아직 나는...
뫼비우스의 길을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