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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하늘을 알면 병을 안다”… 古천문학 공부하는 한의사들"

공전과 자전 2007. 8. 15. 22:16

"“하늘을 알면 병을 안다”… 古천문학 공부하는 한의사들"


[동아일보]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권건혁 원장은 옛 의학서적을 볼 때마다 한계를 느꼈다. 해와 달과 별이 뜨고 지는 위치에 따라 처방을 바꿔야 한다는 말을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었다. 대학에서 배운 것은 고작 ‘이 책은 어떤 의미를 갖는다’는 정도일 뿐, 정작 그 정확한 뜻을 알 길이 없었던 것. 대전에서 한의원을 하는 김동준 원장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 학교에서 숱하게 옛 의서를 읽었지만 거기에 나오는 천문에는 까막눈이었다. 지난해 3월 이들을 포함한 한의사 다섯 명이 의기투합했다. 출신 학교도 사는 곳도 다른 이들이 모인 이유는 뭘까.》

○ 옛의학책 해독 목표… 별자리-인체 ‘일맥상통’

7일 저녁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의 한 강의실. 말끔한 정장 차림의 30, 40대 남성 4명이 텅 빈 강의실로 들어섰다.

이들은 조선 말 한의학자이자 사상의학을 주창한 이제마를 연구하는 ‘반룡학회’ 회원들. 천문학을 함께 공부하기 위해 지난해 3월 결성한 모임이다. 이들은 매주 수요일 저녁 이곳에 모여 서울교대 과학교육과 이용복 교수의 지도로 고천문학을 공부하고 있다.

이날 주제는 조선 초 제작된 ‘천상열차분야지도’와 중국 ‘순우천문도’를 비교해 보는 것이다. “어? 천상열차분야지도 별자리가 중국 것보다 커 보이는데요?”

고구려 시대부터 이미 한반도에는 독자적인 천문학 전통이 뿌리내렸다는 설명을 듣는 의사들의 표정은 진지했다. 이들이 천문학에 빠지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옛 의학책을 제대로 읽어 보기 위해서다.

한의학의 원전으로 불리는 ‘황제내경’은 천문 현상에 따른 처방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는 해와 달과 별자리의 운행에 따른 인체의 생리와 병리 현상, 진단과 치료법이 기록돼 있다.

○ 황제내경 팔정신명론, 천문현상 따라 처방

실제로 26편 ‘팔정신명론’에는 “달이 차기 시작하면 혈기가 정교해지고 ‘위기(衛氣·사람 몸에 흐르는 기)’가 운행을 시작하며, 꽉 차면 혈기가 실하고 살이 단단해진다”는 구절이 나온다. 달의 모양에 따라 침을 놓을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 78편 ‘위기행’은 별자리의 위치에 따른 몸 상태의 변화를 설명한다. 별자리 28수는 사람 몸의 28맥과 일치하기 때문에 별자리 위치에 따라 처방도 달라진다.

이 교수는 “이 같은 치료법은 ‘하늘과 땅과 사람은 하나’라는 동양철학이 의학에 깊게 배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한의대에서는 고천문학에 관한 최소한의 지식도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 교과 과정에 천문학이 없어 옛 서적을 읽으려면 독학을 하거나 수박 겉핥기 식으로 지나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황제내경을 박사 논문 주제로 잡았던 권 원장도 곤란을 겪었다고 한다.

○ 1년간 50권 독파… 중국 현장학습 다녀오기도

권 원장은 ‘이럴 바엔 제대로 천문학을 공부해 보자’고 결심했다. 진료를 잠시 뒤로하고 2005년 충북대 천문우주학과 석사과정에 진학했다. 그가 가장 먼저 찾은 사람은 당시 충북대 대학원에서 고천문학을 강의하던 이용복 교수였다.

권 원장에게서 ‘한의학자들의 고충’을 들은 이 교수는 “이왕 공부할 바에 뜻있는 사람 몇을 더 모아 공부하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모인 사람이 권 원장과 김동준 원장, 정희석 원장, 김선모 원장, 박종설(공중보건의) 씨 등 지금의 멤버다.

오랜 목마름 때문이었을까. 병원과 집이 대전인 김동준 원장은 매주 서울에서 열리는 모임에 한 번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열성적이다. 모임의 막내인 박 씨도 충남에서 공중보건의로 활동하며 틈틈이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공부한 책만 해도 ‘황제내경’ ‘서경’ ‘예기’ ‘사기’ 등 50권에 이른다. 이들의 공부는 단순한 이론에만 머물지 않는다. 지난해 12월에는 중국 베이징에 있는 명청(明淸) 시대 기상천문대인 ‘고관상대’로 현장학습까지 다녀왔다. 올해 4월과 8월에도 일본과 중국으로 건너가 동양천문학의 전통을 둘러볼 계획이다. 그 때문에 종종 단골 환자와 환자 가족의 오해를 사기도 한다.

권 원장은 “현대 과학에 밀려 동양의학의 전통이 사라지는 것이 아쉽다”며 “옛 의학서적을 정확하게 해석하여 전통 의학을 되살리고 싶다”고 말했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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