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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펌] 모난 놈도 둥근 놈도 있어야 된당게

공전과 자전 2006. 1. 11. 17:34
김석균
홈:http://www.salim.pe.kr   메일:earth1331@com.ne.kr
자연을 스승 삼아 살아가고 싶어하는 흙집 짓는 이. 흙건축 '살림' 대표

모난 놈도 둥근 놈도 있어야 된당게…

 전주산조예술제라는 축제는 해마다 10월이면 어김없이 벌어진다. 그 중 또랑광대 페스티벌이라는 새 놀이판 만들기의 ‘말뚝(?)사회’를 보게 된 경위로 해서 이 축제에 매번 참여하게 되었는데 특히 산조라는 것이 참으로 절묘하고 오묘하여 그 이바구를 한번 해 볼라고 한다.
산조란 말 그대로 해석해 보자면 ‘흐트러진-조화, 허튼-가락’ 등으로 해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흐트러진-조화, 허튼-가락’의 묘미
흐트러진 조화라!
우리가 살아가면서 너무 반듯함이나 조화로움에 치중하면 삶이 너무 경직되어 재미가 적어질 것이요, 그렇다고 모든 것을 즉흥적이고 흐트러진 상태로 두게 되면 그건 너무 방탕해 질 것이 아닌가! 이때 나타나는 것이 ‘흐트러짐 속의 조화’라는 절묘한 표현이다.

아마 풍물을 쳐보거나 좋아하는 분들은 금방 알아들으시겠지만 풍물판의 진풀이가 ‘흐트러진 조화’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꽹과리며 장구 북 징 잡색 등 풍물을 하는 사람들은 앞사람의 뒤를 따라 원을 그리며 돌아가고 있는 듯하나 그 내용을 잘 들여다보면 전혀 딴판이다. 일단 앞사람의 발자취를 대충 따르기는 하지만 좌나 우로, 또한 제자리에서 뛰거나 빙글빙글 도는 등 제 마음대로 몸짓을 하면서도, 커다란 흐름에 어긋나지 않게 다시 원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온다.

그래서 저녁에 풍물판을 보면 판 전체가 너울너울 춤을 추는 듯 보이지 않는가? 만약 그 원과 발 모습을 모두 반듯하게 맞추어 버리면 어떨까? 아마 완전 매스게임처럼 무미건조해지고 피곤해지기 십상이다.

이렇듯 각 속에 원이 있고 원 속에 각을 만드는 부조화의 조화, 즉 ‘산조’는 우리 문화의 곳곳에서 보여진다. 예를 들어 집을 지을 때 각 채를 나누어 짓는 채나눔을 하게 되면 각 집의 좌향이 반듯하게 직각과 수평을 맞출 것 같지만 사실 조금씩 방향을 틀어 그 숨막히는 비례와 대칭을 살짝 벗어나 조금은 못난 듯한 편안함을 찾아내는 것이 그 하나의 예이다.

아래쪽 구들은 틈 벌려 고루 열 전달되게
좀더 작은 형태에서 보자면 구들 놓기도 매한가지다.
구들을 놓는 방법 중에 겹구들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아래쪽의 구들을 겹으로 놓아  불이 직접 닿는 방 아래쪽이 너무 뜨거워지는 것을 방지하면서 구들고래로 재나 찌꺼기들이 날아들지 못하게 되니 그 귀찮은 고래청소를 20∼30년 간은 하지 않아도 되게 만든 옛 어른들의 지혜가 엿보이는 구들방식이다. 그렇다면 구들은 어떻게 놓아야 좋을까?

방바닥에 줄을 그어 정사각형을 만들고 높이와 크기에 맞게 둘을 다듬어서 놓으면 좋을까?
아니다. 구들을 놓을 때 제일 먼저 하는 것은 구들돌의 생김새를 머리에 새겨두는 것일 것이다. 그 다음에 본격적으로 일을 하는디….

일단  아래쪽 구들을 먼저 놓고 나서, 그 위에다 일반적인 구들을 놓듯 구들을 놓으면 겹구들이 되는 것이여! 그렇다면 문제는 아래쪽 구들장 놓기에 있을 것 아녀?
아래쪽 구들돌은 말여, 보통 구들 놓기처럼 돌과 돌 사이가 틈이 없이 조밀하게 놓는 것이 아니랑께! 이때 너무 반듯한 것으로 놓는 것보다는 적당히 본디 생김새를 이용하여 돌의 틈을 맞추는디. 구들과 구들사이의 틈을 적당히 벌려서 방에 골고루 열이 전달되도록 불길을 만들어 주는 것이 관건이여!

긍게 요즘말로 표현허자면 노하우다 이거제!
오히려 불을 받는 구들장을 놓고 나서 그 다음 돌을 놓을 때는 굴뚝으로 빠져나가는 불길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그 틈을 조정하여 두어서 정식 구들장에는 온기가 골고루 전달되도록 혀야겄제.
그런 다음에는 보통 구들을 놓듯 구들을 놓아나가면 되는 것이여!

모난 놈 둥근 놈 함께 모여 하나를 만들어 내고
근디 참 재밌지 않응가?
구들을 놓을 때 말여! 돌과 돌 사이를 아무리 잘 맞추어도 그 사이가 벌어지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잖여! 그래서 그 사이를 작은 돌들로 메우는디 말여, 이 틈을 메울 때는 둥글둥글한 놈들만으로도 안되고 뾰쪽뾰쪽한 놈들만 가지고도 아니되더라 이 말씀이지! 둥근 놈은 둥근 놈대로 자리를 잡고 날카로운 놈들은 날카로운 놈대로 그 사이를 메워줘야만 제대로 구들 하나가 놓이지 않던가?

모난 놈도 깨진 놈도 다 쓰임이 있더라 이 말이여!  버릴 것이 하나도 없을 뿐더러 그 하나라도 없으면 곤란한 일이제! 그놈들이 모두 모여서 하나를 만들어 내잖여, 구들이라는 놈을….
이렇듯 ‘흐트러짐 속의 조화’란 것은 음악에서도, 건축 속에도, 또한 구들 속에서도 소리 없이 제 역할을 하더란 말이지.

그리고 고것을 다시 말하자면 사람이나 돌이나 모난 놈도 둥근 놈도 모다 있어야 된당게…
그려야 빈틈을 채우며 하나가 되지는 것이여! 긍가!  안긍가!

김석균님은 자연을 살아가고 싶어하는, 흙집 짓는 목수입니다. ‘담틀집’ 홈페이지는 www.earth1331@com.ne.kr


 
출처 : 블로그 > 오지마을/e-이장 | 글쓴이 : e-이장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