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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펌] 건축과 단백질 문제 해결 방법
공전과 자전
2006. 1. 11. 17:53
"종구형 귀농하는데 참고하세요" - 건축과 단백질 문제 해결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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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집인가요 |
ⓒ2002 쌀농부 |
종구 형! 귀농을 하려고 한다죠? 형은 축산학과를 나와 소도 길러 보고, 닭도 쳐봤으니 왠 만한 건 알겠네요. 고향에 내려가면 형님께서 꼭 산비둘기를 잡아 둘이서 소주 대병 하나씩을 홀짝 마셔 버렸다는 이야기는 침이 꿀꺽 넘어가는 술 땡기는 순간이었습니다.
어제 나눈 이야기에서 형은 휴양림을 운영해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방방곡곡 안 다닌 데 없고 해외 원정도 몇 번 다녀온 배타랑 산악인이다 보니 왠만한 곳은 다 구경하셨겠네요. 남들이 어떻게 해 놓고 사는 지도 알 것이구요.
한 때는 형이 무척 부러웠습니다. 산악용품 판매점을 운영하면서 시간만 나면 산으로 올라가 자연의 힘을 가득 담고 돌아오는 형 사는 모습은 내가 가야할 길이라고 여겼지요. 그건 지금도 마찬가집니다.
어제 형이 나에게 말한 요지는 "가능하다면 서울에서 1시간 대에 도착할 수 있는 산과 계곡을 낀 곳으로 땅 값이 1만원 이내인 곳에 터를 잡아 자그마한 건물을 몇 채 연차적으로 지어나가 도시인들이 맘껏 쉴 수 있도록 테마공원을 만든다는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농외 소득 중심으로 사고하다 보니 마땅한 수입거리가 없어 고민이라 했습니다. 음식과 단백질원 공급문제가 크다"고도 했습니다.
형의 계획에 전적으로 신뢰를 보내며 집으로 오는 동안 내가 도울 일이 뭘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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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마람 엮는 것도 배워야 될 걸요 |
ⓒ2002 김규환 |
서울에서 1시간대가 좋다
먼저, 거리 문제인데요. 1시간 대인 곳이어야 한다는데 찬성입니다. 왜냐하면 일단 수도권을 기준으로 봤을 때 강원도 홍천, 횡성, 평창, 충남북 북부권이 적지가 아닌가 합니다. 주 5일 근무제로 2박 3일 휴가로 보낸다 하더라도 아직은 사람들이 강원도부터 채우고 남부지역으로 이동할 것은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산을 끼고 있는 부지를 선정해 목재를 집짓는데 활용해야
둘째, 계곡은 물론 산을 끼고 사야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형이 살게될 집이 위치할 곳에 가장 알맞은 집 짓는 재료는 형네 뒷산에서 간벌하여 쓰는 게 여러모로 낫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실제로 집을 지어 보면 아시겠지만 나무로 집을 짓게 되는 경우 평당 작게는 250만원에서 350만원까지 들어 니다. 그렇다면 40평을 짓는다 치더라도 금새 1억을 넘겨 버리거든요. 집 짓는데 아까운 돈을 한꺼번에 쏟아 부을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더 나은 작은 집을 이어나가면 큰 집이 될 수도 있고 많은 사람을 오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집짓기 전에 목재준비가 관건
셋째, 집을 짓기 전에 향후 숲 활용 계획에 어긋나지 않게 적절히 소나무와 잣나무, 낙엽송을 필요한 것 보다 충분히 베어내고 잘 손질을 해둬야 합니다. 반드시 지켜야할 원칙으로는 목재 생산시기는 상강(霜降)이 지나 수목의 물이 아래로 향하는 가을에서 겨울철에 베어야 한다는 점과 베어서 껍질을 벗겨야 벌레가 먹지 않는다는 사실, 비가 들이치지 않게 그늘에서 말릴 것 등입니다.
썩지 않게 바닥을 고이고 나란히 쌓아 두었다가 이듬해 봄부터 건축을 시작하면 됩니다. 집짓기 전에 짚을 태워 살짝 그을리면 방부제를 칠 필요가 없다더군요. 거북선이 오래 유지되었던 비결이 여기에 있다고 합니다. 1년만 연기 안 피워도 금새 한옥이 망가지는 건 사람 냄새와 기에 놀란 까닭도 있지만 훈연(燻煙) 처리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부탁하나 드리자면 제발 집지을 때 주변 경관과 어울리게 좀 계획해 주세요. 시골에다 백악관을 지으면 정말 꼴불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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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소 참 부잡하니 많이 기르지 마세요 |
ⓒ2002 쌀농부 |
온돌과 보일러 동시 시공의 잇점
네째, 가능하다면 난방문제에 필히 신경을 쓰시기 바랍니다. 농촌에서 석유를 쓰는 것도 문제이지만 나무만 때는 것도 여간 부지런한 사람 빼곤 하기 힘듭니다. 내 이야기는 그렇다고 절충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좋은 사례로, 절간이나 남부 산간지대 사람들은 이중 시설로 여러 가지 효과를 본다는 군요.
먼저 아래에 구들장을 깔아 군불을 땔 수 있게 하고, 그 위에 현대식 보일러를 덧깔면 됩니다. 급할 때만 보일러를 돌리고 평상시와 손님이 찾아올 때는 아랫목이 지글지글 끓게 온돌방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시골 체험하는 소재거리가 되기도 한답니다.
주변환경과 어울리는 토지이용
다섯째, 인공적인 것을 최소화하라는 겁니다. 얼마 전 함양 「녹색대학」준비위원회가 추진중인 백두대간 지리산 동(東)사면을 가본 일이 있는데 참 기가 막히더군요. 녹색대학을 운영하겠다는 분들이 해발 700m 고지 3만평 가까운 광활한 산골짜기를 마구 까 뭉개버렸더군요. 환경운동을 하겠다는 사람들, 대안을 창출하겠다는 분들, 생태마을을 만들겠다는 사람들이 환경파괴는 더 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어 같이 간 사람들마다 혀를 내둘렀답니다.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해 차후 벌어질 인간의 욕심을 막는데까지만 형의 노력이 쓰였으면 합니다. 땅의 대부분은 노지로 남겨둬 집 주변을 유기농 채소밭으로 하고, 산나물을 심는 밭, 약용 식물을 심어 손님들이 소화할 만큼만 하면 된다고 봅니다. 굳이 잔디를 심어야겠거든 집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약 100여 평만 공동 활동과 족구 정도 할 수 있도록 활용하면 될 것 같네요.
자급자족 시스템과 다품종 소량생산이 맞다
여섯째, 채소와 단백질원인 동물을 자급자족하자는 겁니다. 자급은 형네 가족만 먹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좀 더 열린 자세로 형네 가족과 찾아오는 손님까지를 포괄하는 것입니다. 그러고도 남으면 주변 식당에 팔면 되지요. 농사지으면서까지 시장에서 이것저것 사먹는 행위야말로 아무리 전문화된 농업시대이지만 지탄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니 '다품종 소량 생산 전략'으로 형이 기를 수 있는 가축을 선정하세요. 닭 한 마리를 기르더라도 될 수 있으면 토종닭을 기르고,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어제 제가 얘기했던 것 중에 몇가지가 답이 될 수도 있겠네요. 흑염소 이삼십 마리, 개 열댓 마리, 돼지 너댓 마리, 소 두 마리면 일년 동안 기획 행사를 하는데 충분하고, 먹고사는데 부족함이 없을 줄로 압니다. 퇴비걱정 안 해도 되구요.
산골짜기에 들어가신다면 생선 몇 가지와 미역, 김, 파래 등 해조류만 타지에서 수입하면 되는 것이고 이건 닭 몇 마리 내다 팔면 가능한 일입니다.
특색있는 음식과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일곱째, 농외소득에서 숙박만 가지고는 절대 견디기 힘듭니다. 러브호텔이나 단란주점에 대한 강한 유혹을 받을 수도 있는데 형이 망가지는 지름길입니다. 김영삼 정권 때 농촌을 살린답시고 용처도 묻지 않고 마구 대출을 해주는 바람에 망가진 사람 전국에 깔려 있습니다.
색다른 음식과 프로그램이 결합하면 농촌에서도 잘 살 수 있는 길이 있다고 장담합니다. 기존 관광농원이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형도 아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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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년 후의 형과 내 모습이 아닐런지 |
ⓒ2002 쌀농부 |
얼마 전 생태건축을 하시는 『사람과 공간 종합건축』김진택 사장님을 만났습니다.
우리 오마이팜 대표와 셋이서 나눈 이야기는 첫째, 형 같은 분들을 위해 스스로 집을 지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농한기에 열겠다는 계획과 둘째,
스스로 집을 지을 능력이 도저히 안되는 분들을 위해 단기프로그램을 만들어 집이 튼튼하게 지어지도록 관리 감독할 능력을 갖자는 것과 셋째, 업자의
농간에 좌지우지되는 것을 막자는 것 셋째, 이런 사람들의 모임이 확대돼 공동브랜드로 상호 간에 활로를 찾아 협력관계를 구축하자는 내용이었습니다.
형이 하고자 하는 일을 그때그때 꼼꼼하게 정리해서 꿈을 이뤄 가시길 바라겠습니다. 미력하나마 도울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우리
품앗이로 공동의 계획을 실현해 나갑시다.
출처: 오마이뉴스 김규환(kgh17)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