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강원도 횡성 목조주택(펌)

내손으로 짓는 전원주택2] 강원도 횡성, 박성희씨의 목조주택
▲ 강원도 횡성군 청일리 발교산 중턱에 자리한
박성희씨의 27평 단층 목구조주택 전경.
목조학교에서 만난 실습생들과 품앗이하며 ‘교과서대로 지은 집’
국어교사 출신의 박성희시는 22년 교사 생활을 마감하고 목조학교에 입학했다. 그곳에서 만난 실습생 4명과 의기투합해 스스로 집을
지었다. 횡성의 산골짜기에 자리잡은 27평 규모의 단층 목구조주택이다. 10평짜리 창고까지 마련했다. 늦깎이 학생들이 선생님께 배운 대로 요령
피우지 않고 원칙을 철저히 지켜가며 만든, 그야말로 ‘교과서대로 지은 집’이다.
▲ 집 크기에 비해 넓게 펼쳐진 데크가
인상적이다.
박성희씨의 집은 강원도 횡성군 청일리 발교산 아래,
해발 440m 산중턱에 자리해 있다. 이곳에도 사람이 사는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굽이진 골짜기를 3km 정도 따라 올라가야, 산자락에 푹
싸인 채 햇살을 받고 서 있는 박씨의 집을 만날 수 있다.
이 골짜기는 화전민들이 열어놓은 것이라고 한다. 지금은 모두 빠져나가고
원주민은 한 집뿐이다. 동호인 주택을 비롯해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 지은 5,6채의 집이 골짜기를 지키고 있다.
박씨는 지난 95년
20여 년의 국어교사 생활을 마감하고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어온 시골 생활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나이 오십을 코앞에 둔 때였다. 집지을 땅을 찾아
깊고 한적한 산자락으로만 발품을 팔고 다녔다고 한다.
전문 산악인 못지않은 등반 경력을 지녔을 정도로 산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가 원하는 땅을 만나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계약을 해놓고도 집에 돌아오면 밤새 뒤척이며 고민하기 일쑤였다. 계약을 해지하고 계약금을
날린 것만도 3,4번.
▲ 동쪽 측면에서 바라본 집 전경. 주변의 자연
경관을 헤치고 싶지 않아 지붕의 경사를 최대한 낮췄다.
몇 년의 노력 끝에 지난 99년 11월 지금의 집이 서 있는 터와 만났다. 편안한
느낌을 주는 데다 하루 종일 햇살이 들어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준농림지 전답 1000평을 평당 3만원씩 주고 구입해 그중 240평을
대지로 전용했다.
곧바로 주택시공업자들을 찾아 나섰다. 인터넷 견적도 여기저기서 뽑아 보았다. 비용이 만만치 않았고 어떤 기준으로
선택해야 할지도 고민스러웠다. 2001년 봄이 되자 사정이 급해졌다. 농지를 대지로 전용한 후 2년 내에 집을 지어야 한다. 이래저래 결정을
못하는 사이, 1년이 훌쩍 지나버린 것이다.
때마침 자재공급회사인 ‘나무와 삶’에서 목조학교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다. 망설임
없이 이론 교육반에 신청서를 냈다. 이때만 해도 집을 스스로 지어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지금껏 망치질 한번 해보지 않았던 서울 토박이였기에
그저 집이 어떻게 지어지는지 한번쯤 접해보고 싶은 요량이었다.
◀ 박성희씨의 집은 해발 440m 산중턱에 아담하고
소박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이론교육만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내친김에 실습교육까지 신청했다.
담당선생님의 만류도 적지 않았다. 실습반에 여자라고는 박씨 혼자뿐이었으니 그럴만했다.
마침내 소규모 목조주택을 직접 지어보는
실습을 시작했고 성실히 임해 수료증까지 받았다. 집짓는 일이 재미도 있으려니와 나도 지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렇게 배우고
나서 돌이켜보니, 시공업체가 제시했던 금액이 품질에 비해 비싸기도 했다. 잘 지었다고 해서 방문한 집들도 제대로 시공되지 않은 구석이 한둘이
아니었다.
결국 박씨는 목조학교에서 만난 실습생 4명과 의기투합했다. 집을 직접 짓기로 한 것이다. 실습생들 모두 박씨와
마찬가지로 목조주택 분야의 초보자다. 하지만 목수 일을 경험한 사람들이 있어 내심 걱정을 덜 수 있었다고 한다.
▲ 장작을 때는 노출형 벽난로를 설치한 거실. 바닥
난방까지 겸하는 구조여서 난방비가 한결 절약된다고.
실습 끝난 후 ‘나도 지을 수 있다’ 자신감 생겨
2001년 7월
20일 공사가 시작됐다. 집의 규모나 꾸미기에는 욕심을 내지 않았다. 그 대신 규격에 맞는 자재를 사용하고 바른 공법을 적용하자고 다짐했다.
원칙을 지키지 않은 시공이 훗날 얼마나 많은 하자와 문제를 발생시키는지 잘 알게 된 터였다.
의욕으로 똘똘 뭉친 실습생들의
집짓기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대지 평탄 작업을 끝내자마자 몇 십년만에 한번 온다는 폭우를 만난 것이다. 3km 가량의 진입로가 모두 무너질
정도였으니 공사도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호된 신고식을 치룬 셈이다.
한 달 후에나 진입로가 가까스로 복구되자 콘크리트 기초공사를
완료하고 그 위에 방부처리된 기초 토대목을 깔았다. 본격적인 골조공사는 9월에 접어들어 시작할 수 있었다. 먼저 2×4인치 크기의 목구조체를
30cm 간격으로 세우고 그 사이에 암면을 단열재로 넣었다. 특히 천장에는 두툼한 단열재를 썼다. 열효율에 만전을 기한
것이다.
◀ 공사 중 머물던 콘테이너에 목재로 벽을 두르고
슬라브 지붕을 씌워 창고로 사용한다.
구조체로 사용한 목재는 미국 서부지역 침엽수의 대표적인 수종 SPF이다. 그중
2등급(햄퍼)과 3등급(SPF) 목재를 함께 썼다. 목조주택 규정에 맞는 품질인 인증된 자재를 사용한 것은 물론이다. 구조체의 수직과 수평을
정확히 맞추는 일에도 신중을 기했다.
단열재를 채워 넣은 구조체 바깥쪽에 OSB 패널을 붙이고 안쪽에는 석고보드를 붙였다.
석고보드의 이음새나 못자국, 접착 부위를 모두 매워 평탄하게 해주는 일도 중요하다고 한다. OSB패널 위에 방습지를 제대로 붙이는 작업도
꼼꼼하게 진행했다.
나중에 습기로 인한 하자나 누수 발생의 주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외벽은 관리하기 쉬운 시멘트 사이딩으로,
지붕은 아스팔트 슁글로 마감하면서 외장공사가 일단락됐다
▶ 거실 창은 아직 눈이 녹지 않은 산과 마주하고
있다. 데크로 나서면 굽이굽이 골짜기가 보인다.
실내에는 벽지를 붙이고 바닥은 황토로 덮었다. 그러나 황토 바닥이
건조하면서 균열이 생기고 바닥이 들뜨는 현상이 나타났다. 해결할 방도를 알지 못했다. 강화마루를 한 겹 덧씌우는 방법을 선택했다. 바닥이
두툼해지다 보니 난방 효율이 떨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문짝이나 싱크대 등 기타 내부설비는 저렴한 국산자재를 사용했다. 그밖에
습기에 약한 목조주택의 특성상 환기구를 제대로 내주는 일이나 목재와 목재를 연결해주는 철물을 규격에 맞게 쓰는 일도 철저히 지켰다.
이렇게 해서 2001년 10월말경 27평형 단층 목구조주택이 완성됐다. 박씨는 ‘배운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말한다. 집은 2번재
봄을 맞이한 지금까지 하자 없이 옹골찬 모습으로 서 있다.
▲ 목조학교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집을 짓고 시골
생활의 꿈을 이룬 박성희씨.(왼쪽) 53세에 얻은 목조학교 수료증과 새 살림도구들. 20여 년을 열심히 일하며 살아온 데 대한 보답같기만
하다.(오른쪽)
아쉬운 것이 있다면 공사비용이다. 처음 계획했던 5000만원의 예산에서 2000만원 정도 추가된 것이다. 평당
250만원이 조금 넘는다. 그러나 이 견적에는 측량비, 준공 후의 취득세·등록세까지 포함됐다. 27평짜리 집을 짓는 데 쓴 순수 공사비만 따지면
평당 230만원을 밑돈다.
시행착오만 없었어도 비용을 더 낮출 수 있었을 것이다. 비수기에 공사가 겹치고 자재를 여러 차례 실어
나르면서 추가된 물류비와 바닥을 재차 시공한 비용 등이 부담이 됐다.
나이 50이 넘어서 집짓기에 도전, 오랫동안 품어 왔던 시골
생활의 꿈을 이뤄낸 박씨는 “직접 집을 짓든, 시공사에 맡기든 집짓기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엄청난 것 같다.”며 “어느 정도 공정을
알아야 시공업체 선정이나 공사 진행이 순조롭다.”는 당부의 말을 남긴다.
‘눈에 띄네’ 구석구석 집
구경
▶ 바람이 많은 산자락이라 그윽한 풍경소리를 수시로
들을 수 있다.
◀ 자신을 찾아 떠난다는 뜻의 ‘심우산방’ 글귀가
새겨진 현판. 산을 좋아하는 박씨에게 지인이 선물한 현판은 이 집의 보물 1호. (왼쪽 위)
가스통을 내려놓은 예쁜 집. 남은
목재를 이용해 만들었다. 뒤꼍의 모습이 단정하다.(오른쪽 위)
8각으로 멋을 내어 본 현관 천장.(왼쪽 아래)
거실에서 데크로 나서는 초입에 툇마루 같은 발판을 설치해 문턱과 데크 사이의 단차를 줄였다.(오른쪽
아래)
▶ 난간이 없는 데크. 집안에서도
골짜기의 경관을 거침없이 볼 수 있다. 데크에서 한 발자국 껑충 내딛으면 곧바로 푹신한 앞마당을 밟을 수 있는 것도 마음에
든다고.
◀ OSB패널 위에 방습지(타이벡)를
붙이고 창문 주변에 이지씰을 덧붙여 철저히 방습을 하고 있는 모습.
‘교과서대로 꼼꼼하게, 튼튼하게’
1. 습기를
철저히 막는다
목조주택은 습기와는 상극이다. 목재를 사용할 때 함수율이 19% 이하인 잘 건조된 나무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외벽을
덮는 OSB 패널 위에 반드시 방습지를 붙이고, 누수가 잘 되는 창문 주위는 이지씰을 덧붙여 추가 방습을 해야 습기를 확실하게 차단할 수
있다.
▶ 천장에 사용되는 단열재는 벽에
쓰는 것보다 두텁다.
2. 단열재를 확실하게 쓴다
목조주택의 벽체 내부에 R-11급의 단열재를 사용하면 단열재를
사용하지 않은 경우에 비해 열효율을 20% 정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천장에는 벽에 쓴 것보다 더 두툼한 R-30급 단열재를 써야
제대로 보온이 된다.
◀ 처마밑에 시공한 공기 유입구. 냄새
배출, 소음 차단 효과가 있다.
3. 공기가 다니는 길을 낸다
목조주택에서는 환기가 중요하다. 공기가 잘 통해야
나무가 썩지 않는다. 지붕 처마밑에 환기구를 설치하거나 단열재 밑에 골판지를 끼워 바람이 소통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방법이 있다. 골판지가
단열재에 눌려 구멍이 막히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여 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 시공 당시 지붕에서 못을 박고 있는
박성희씨. 다양한 종류의 못을 제 위치에 박는 것이 중요하다.
4. 철물을 제대로 쓴다
나무 목재로 구조를 만드는
목조주택은 구조체를 서로 연결할 때 사용하는 못의 종류가 무척 다양하다. 특별히 녹 안 쓰는 아연 못을 사용해야 할 곳이 있는가 하면 목재의
두께나 시공의 위치에 따라 못을 박는 간격이나 사용하는 못의 크기도 각각 다르다. 철물을 제대로 사용해야 구조체에서 오는 결함을 막을 수 있다.
5. 벤트스탁을 반드시 설치한다
목조주택을 지을 때는 싱크 트랙, 하수도 배관 등 집안 곳곳에 설치된 배관에 벤트 타이프를
모두 연결해 지붕으로 따로 뽑아내는 벤트스탁을 시공해야 한다. 배관에 모여 있는 가스나 냄새를 배출하는 기능을 할 뿐만 아니라 소음 차단 효과도
있다. 벤트 스탁을 설치하지 않아 나중에 악취가 나는 하자가 발생하는 목조주택들이 생겨나고 있다.
초보 목수 박성희씨가
겪은 시행착오
1. 설계도 시공만큼 중요해요
설계도가 정확하지 않아 견적낼 때 어려움을 겪었다. 실습생 5명이 머리를
맞대고 그린 것이 설계도의 전부였던 것. 결국 남거나 모자란 자재가 생겨 추가비용이 들었다. 공사 일정에도 다소 지장이 생겼다. 큰 규모의
주택일수록 더 많이 차질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설계는 전문가와의 상의를 거치는 게 좋다고.
2. 물류비용도 꼭 예측해 보세요
3km의 비포장 길을 거쳐 물류를 운반하려다 보니 예상치 못한 비용이 많이 발생했다. 기상 조건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지역이나 길
사정이 좋지 않은 경우 추가 비용도 예산에 넣어야 한다. 목자재 견적을 낼 때 조금은 여유 있게 신청해야 추가 운반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도
염두에 둔다.
[자료출처]시골기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