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칼럼·나의 서재

[스크랩] 너만 컸어?

공전과 자전 2006. 2. 3. 20:59

 

   다중이 이용하는 시설이나 술자리 등에서 TV를 볼 때면 이런 얘기를 종종 듣는다. "쟤 많이 컸네! 짜식! 학교 다닐 때 매일 내 책가방 들고 다니던 놈인 데!" "어? 저놈 봐라? 동네에서 사고란 사고는 혼자 다 치고 다니던 놈이 완전히 용 됐네 그려! 아! 개천에서 용 났네!" "어? 저 친구 많이 컸어! 옛날 내가 과장일 때 나 밑에 사원 하던 친구인 데" 등등... 그렇게 TV 화면에 비치는 정치인이나 연예인 등을 폄하하면서 은근히 자기 자신의 우월감을 강조하는 사람을 종종 보게 된다. 특히 동창회가 있거나 그 자리에 같은 학교나 같은 고향사람 또는 같은 직장 동료가 있을 경우에는 더욱 그러할 뿐만 아니라 한 사람이 시작하면 그 자리에 있던 동료들의 맞장구로 이어져 상대에 대한 폄하는 점입가경이 된다. 만약 그 자리가 술자리라면 아마도 술값에 비하여 안주 값이 덜 들어갈 것은 강 건너 불 보듯 뻔하다. "그래 맞아! 쟤 옛날에 등하교 길에 우리를 피해 다니다 잡혀서 맞기도 많이 맞았지!" "짜식 출세했네! 그 때 자네과에서 일 못한다고 매일 꾸중듣던 그 놈이잖아!"라고...

 

   대부분 TV에 나오는 사람들은 정치인이든 연예인이든 막론하고, 대중들로부터 상당히 인정받을 만큼 성공하고 성장했건만,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상대를 여전히 과거라는 도마 위에 올려놓고 마음대로 칼질하고 있다. 그들에게 상대의 과거는 있으되 현재는 없을뿐더러 미래는 더욱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애초에 상대의 성공과 성장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숫제 안중에도 없다. 설령 상대의 현재를 알고 있다손 치더라도 상대의 성공 그 자체는 인정하기 싫은 것이다.

 

   대체로 상대의 성공을 인정하기 싫어하는 사람은 시기심이 많거나 정신연령이 낮은 사람 내지는 자기 자신을 과대 평가하는 부류일 확률이 높다. 그런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에게 자기 자신이 그렇게 폄하당하면 그냥 있지를 못한다. 어디 그 뿐인가? 틈나는 대로 자신의 조그만 성공과 성장은 대단한 것으로 떠벌려서 타인으로부터 존경받기를 원한다. 그런데 타인으로부터 존경받을 만하다 할 조그만 성공을 얻기도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보니, 결국 자신의 성공과 성장에서 그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성공하고 성장한 상대를 폄하함으로써 반사적으로 자신이 격상되기를 바란다. 따라서 조그맣게 성공한 자기 자신은 현재의 위치에 올려놓고, 크게 성공한 상대는 성장하기 전인 과거로 처박아버리는 것이다. 나아가 성공한 상대를 여전히 자신의 부하 내지는 부하직원으로 삼아서 자신의 위치를 격상시키려 한다. 마치 시소나 널뛰기처럼 상대가 내려가면 자신이 올라가는 것과 같이 상대의 폄하를 통하여 자기 자신이 반사적으로 격상되기를 바란다. 

   
   어디 그뿐이면 그래도 괜찮다. 문제는 미래에도 상대는 여전히 자기 자신의 부하 내지는 부하직원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니 '한 번 부하는 영원한 부하'이고, '한 번 부하직원은 영원한 부하직원'이다. 그래서 상대는 영원히 그 자리에 머물러 있어야만 한다. 다시 말해서 자기 자신은 끊임없이 성장하고 발전하기를 갈망하지만 상대는 그 반대로 영원히 그 자리에 머물러 주기를 바라는 이율배반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자신만 성장하고 상대는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인정하든 안 하든 상대는 빠른 속도로 더 높은 곳을 향하여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다. 따라서 그들은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했던 자신의 어리석음과 편협함을 반성해야할 것이다.

출처 : 칼럼
글쓴이 : 조조-旴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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