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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흔들리는 지구?

공전과 자전 2006. 2. 5. 13:22

만일 최근 자주 땅이 우르르 흔들리는 것 같다고 느낀다면 너무 걱정하지 마라.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약 20억의 중국인들이 새해를 맞아 고향으로 분주히 돌아가기 때문에 생기는 진동일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올해 1 29일 새해를 맞이하여 중국도 한국과 다를 바 없이 귀향 준비에 분주하다.

도시에서 공장 노동자, 가정부, 목수, 종업원 등 갖은 종류의 험한 일들을 도맡아 하던 시골 출신의 이주 노동자들은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기차표를 사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지난 20년 약 1억 이상 증가된 이주자들에게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는 지금 이 때가 유일하다.

그네들도 한국 6,70년대와 다를 바 없이 고향에 두고 온 부모형제에게 떳떳한 그들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설날밖에 없는 만큼 따뜻한 내복이나 부모님 주름진 손에 두툼한 현금이라도 쥐어주는 게 얼마나 중요할까! 하지만 문제는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왜냐하면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일하는 이주 노동자들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주 노동자들의 고용주들은 흔히 월급을 보류하거나 약속했던 것 보다 적게 지불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대부분의 이주 노동자들은 노동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또는 고용주들이 계약서를 작성하는 걸 기피한다. 중국 농촌에 어디서건 쉽게 찾을 수 있는 15억의 노동 인력을 감안할 때 이러한 상황에서 이주 노동자들은 당연히 유리하게 협상을 할 수 없는 실정이다. 노동 계약을 할지라도 고용주들은 노동자들에게 월급을 지불할 수 없게 될 때 도망가버리는 건 이제 중국에서 흔한 이야기 거리다.

체불임금의 문제는 특히 불안정한 건설 사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곳의 노동자들은 대부분이 농촌에서 상경한 젊은이들이다. 새해가 다가오기 몇 주전, 두둑한 현금을 가지고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원하는 이주 노동자들과 고용주들의 실랑이는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다.

채불임금이 불러일으킨 비극

 이번 새해에는 꼭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제발 월급 좀 돌려주세요!” 41세의 포크레이트 수선공인 후앙 셩종(黃生忠)은 고용주에게 간청했다.

후난 지방 출신인 후왕과 그의 아내는 쯔지앙에 있는 루이안이라는 도시에서 4년째 일하고 있었다. 두 자녀는 고향에서 후앙의 어머니가 보살피고 있었다고 시아오시앙 조간 신문(瀟湘晨報. 1 13일자)이 보도하고 있다. 중국 동부 도시에 일하고 있는 다른 이주 노동자들과 다를바 없이 후앙과 그의 아내는 동부 해안가에 살지만 한번도 바다는 본적이 없을 정도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을 했다. 올해 후앙과 그의 아내는 4년만에 가족들을 보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기차 표를 사기 위해서 그들은 우선 4,000 위안이 필요했다. 몇 달동안 받지 못했던 월급을 돌려달라는 후앙의 간청은 고용주의 구타로 이어졌고 그 충격으로 후앙은 병원으로 실려가 결국 죽음을 맞이할 수 밖에 없었다. 고용주는 지금 종적을 감추고 말았다.

 

충돌

중국 이주 노동자들에게는 발벗고 나서 해결하는 것만이 급료를 받아낼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조정이나 협상을 한다는 건 우선 너무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일하고 노동 계약서도 없는 그들에게 이런 과정은 무의미하기까지 하다.

닝시아 인터넷 뉴스 (www.nxnet.net, 1 6일자)는 급료를 받기 위해 노동자들이 취한 여러 방법들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정부 건물 앞에서 시위를 하거나 고층 빌딩에서 추락하겠다고 협박하는 경우가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다. 심지어 건설 분야에 몸을 담고 있는 이들은 작년 12월에 그들의 공사현장감독을 현장에 가두워 버렸다. 그러나 역시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그들의 고용주들에게 직접 찾아가 간청하는 방법을 선호한다. 이런 방법은 실랑이로 이어지게 되고 결국은 비극적인 상황으로 치닫기까지 한다. 2005 5월 이주 건설 노동자 왕빈위는 월급을 돌려받기 위해 그의 고용주 집에 직접 찾아갔다. 그의 고용주는 친척들을 불렀고 결국 이어진 몸싸움으로 왕빈위는 4명을 살해하게 되었다. 의 사건은 중국 전역에 재빠르게 퍼졌고 사건이 더 확대되기 전에 정부는 2005 10월 사형으로 재빨리 무마시켰다.

중국정부의 반응

이주 노동자들은 중국 경제 성장의 가장 중요한 초석을 이루고 있다. 2005년 공식적인 통계에 따르면 이주 노동자들은 중국 GDP 15-30퍼센트의 성장을 이루는데 기여했다고 한다. 중국 도시 발전을 위해 연당 1인 노동자당 평균 25,000위안 가치의 이득을 생산하였으나 그들이 받은 급료는 8,000위안에 미치지 못한다.

사실 그들의 소득은 중국 지방 경제발전으로 그대로 환원되고 도시-지방의 격차를 좁히는 주요 수단이 되고 있다. 정부는 이주 노동자가 고향으로 보내는 송금액의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했고 미지급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노력하고 있다. 공영방송은 법원을 통해 미지불급료를 받는 노동자들의 성공적인 이야기를 최근 몇 주동안 크게 부각시키고 있다.

그러나 후앙 셩죵의 이야기가 아직까지도 흔하디 흔하다. 절망적인 상황에 놓였던 왕빈위의 안타까운 비극은 심지어 전세계적으로 알려져버렸다. 그의 속사정이야기를 접한 대부분의 중국인들 또한 그를 살인자라기 보다는 희생자로 보고 선처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반응은 냉담했다. 제대로 된 재판도 없이 그를 5개월만에 사형시켜버리고 말았다.

 

반면 중국 정부는 신년 대이동을 맞이하여 집으로 두툼한 현금을 가지고 가는 노동자 보호 특별 담당반을 설치하고 있다.

높은 이동 인구율로 손꼽히는 스추안 지방, 청두 철도는 철독수리부대(鐵鷹小分隊)”라는 철도 승차객들을 보호하는 특별반을 만들었다고 신화 신문(1 13일자)은 보도하고 있다. 파견대는 이주자들이 무사히 그들의 피땀어린 돈을 고향으로 운송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기차내외 주변을 맴돌고 있다.

 

만일 이주 노동자들이 그들의 체불임금을 무사히 모두 받을 수 있다면 정말 유용한 정책이 아니라 할 수 없다.

출처 : 칼럼
글쓴이 : 구떡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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