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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여행

[스크랩] 옐로스톤(YellowStone) 국립공원

[[오마이뉴스 제정길 기자]

우리가 찾아나서는 옐로스톤의 간헐천, 1500km 거리 너머에 있다.
ⓒ 제정길


'있는 것은 있고 싶어하고, 가는 것은 가고 싶어할까. 있는 것은 가고 싶어하고, 가는 것은 있고 싶어할까.'

있는 것의 가고 싶어함과 가는 것의 있고 싶어함 사이에는 간격이 있다. 가는 것의 가고 싶어함과 있는 것의 있고 싶어함 사이에도 간격은 있다. 간격은 두 위치 사이의 거리(距離)이다. 간격이 커질수록 거리는 멀어지고 거리가 멀수록 색다름은 더해진다.

거리는 있는 것의 가고 싶어함을 가로막는 장애요소이기도 하고, 가는 것의 있고 싶어함을 부추기는 유인요소이기도 하다. 그것은 위치와 위치 사이에 존재하는 떨쳐버릴 수 없는 고통이자 마약이다.

간격이 커질수록 거리는 멀어지고 거리가 멀수록 색다름은 더해진다.
ⓒ 제정길


7월의 마지막 며칠이 벽에 걸려 더위에 숨이 막혀 대롱거리는 날, 우리는 헌 위치와 새 위치 사이의 거리(距離)를 찾아 거리(街路)로 나섰다. 하늘은 찌뿌드드하게 흐렸고 아침은 아직 마을에까지 충분히 도달하지 못하였는데, 새크라멘토 거리는 온통 출근하는 차들로 벌써부터 붐비었다.

개개의 차들은 개개의 위치를 찾아 거리를 달렸다. 함께 모여 같은 방향으로 잠시 가기도 하지만 그들이 목적하는 위치는 각기 다르기에, 어느 순간 헤어지고 다시 만난 차들과 또 같이 달린다.

옐로스톤(YellowStone) 국립공원을 찾아가는 길은 멀고도 멀었다. 그 거리의 방대함 때문에 몇 번이고 숙고를 거듭했어나 결국은 이 방법, 차로 그 거리를 밟아 없애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 거리를 지우는 데는 꼬박 하루하고도 한나절이 필요하다.

지금 오전 7시에 출발을 하면 내일 정오를 지나서야 그 위치에 도달할 것이다. 장장 1500km의 거리다. 거리는 고통이고 또한 마약이다. 거리에 중독되면 더 많은 거리를 습관적으로 받아들인다.

옐로스톤 가는 길
ⓒ 제정길


오전 한나절은 동행이 차를 몰았다. 오후 한나절은 내가 차를 몰았다. 점심을 위한 단 한 번의 정차 외엔 쉼 없이 달렸다. 차는 캘리포니아주를 지나서 네바다주에, 네바다주를 지나서 아이다호주에 들어섰다. 아이다호의 포카텔로라는 작은 도시로 진입하니 해는 이미 서쪽 산 너머로 꽁지를 감추었고 그의 낯붉힘만 새색시의 주홍치마처럼 서녘 하늘에 걸리었다.

시계를 보니 오후 7시, 아니 이곳 시간으로는 오후 8시. 12시간을 한번 쉬고 내내 달려온 셈이었다.

고속도로변의 숙소에서 바라본 포카텔로의 산하
ⓒ 제정길


고속도로 가까운 호텔에 짐을 풀고 밥을 먹고 잠을 잤다. 고속도로의 차 달리는 소리가 밤늦게까지 창틈으로 새어들었다. 소리들이 잠잠해지다가 다시 왕성해지니 아침이 왔다. 호텔 내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우리도 소리를 내어 고속도로에 끼어들었다. 우리가 내는 소리는 우리가 잤던 호텔의 창틈으로 스며들고 그 안을 맴돌리라.

드디어 옐로스톤에 닿다. 하늘 흐리고 비 자주 뿌린다.
ⓒ 제정길


정오 무렵 옐로스톤 국립공원 서편 문 입구에 도착하였다. 입구에 있는 아이멕스 영화관에 가서 옐로스톤 안내영화를 보고 점심을 먹고 나오니 비가 창대같이 쏟아졌다. 비의 환영인사를 받으며 우리는 옐로스톤으로 보무도 당당하게 (아니 차무당당(車武堂堂)이라 해야 하나) 진입하였다. 옐로스톤은 뜸해진 빗속에서 그들이 감추어둔 것을 하나씩 펼쳐보이기 시작했다.

무스(Moose)
ⓒ 제정길


맨 처음 우리를 맞은 것은 무스(moose : 말코손바닥사슴)였다. 그놈은 제 영역에 들어온 인간들에게는 별로 관심이 없는 듯 한가하게 풀을 뜯었다. 다만 사람들 차를 세우고 우르르 그 앞으로 몰려갔다.

길을 따라 한 20분 더 올라가자 노리스 간헐천 지역(Norris Geyser Basin)이 나타났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입구로 들어서자 그들은 냄새로 그들의 존재를 먼저 알려왔다. 강한 유황냄새는 가늘게 흔들리는 비바람에 실려 그를 방문하는 자들을 들뜨게 했다. 아름다운 여인이 모습이 보이기 전에 냄새가 먼저 현신하는 거와 비슷하였다.

노리스 간헐천 분지
ⓒ 제정길


분지(Basin)에 내려서니 그것은 거대한 바다였다. 아니 작은 화산들이 뽕뽕뽕 물과 수증기를 내뿜는 거대한 산맥이었다. 아니 아니 그것은 지구가 분을 내어 식식거리는, 분식 안 한 그의 노한 얼굴이었다. 감추어진 '쌩얼'이었다.

낮게 드리운 하늘은 이따금 비를 뿌리고, 넓게 퍼진 분지는 시도 때도 없이 수증기를 뿜어대는데, 인간들 놀라움에 콧김을 뿜으며 주변의 트레일 코스를 감탄하며 걷고 있다. 그들, 개미만큼 작아 보였다.

노리스 간헐천 분지. 안쪽에서 입구를 본 경관
ⓒ 제정길


에메랄드 핫 스프링은 나오는 반대편에 있었다. 에메랄드보다도 더 에메랄드 색깔을 품은 작은 온천은 숲 아래 엎드려 조용히 속을 끓이고 있었다. 드러내놓은 가슴은 너무 푸르러 서러워도 보이는데 들끓는 열정은 바람에 섞여 수증기가 되어 떠돌았다. 그의 열정은, 주변에 있는 간헐천으로 이동하는 동안에도 우리를 졸졸 따라왔다.

에메랄드 핫 스프링
ⓒ 제정길


간헐천은 수도 없이 많았다. 온천도 수도 없이 많았다(옐로스톤 공원 내에 만개가 넘게 있다 한다). 그들은 도처에서 냄새로, 자태로 우리를 유혹하였다. 하렘궁에 들어온 숫총각처럼 어쩔 줄 몰라 하며 우리는 그들의 붙잡는 손을 뿌리치고 길을 재촉해야 했다. '갈 길은 아직도 많이 남았고 아름다움은 어디에선가 또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라고 자위하며.

지구는 분을 못참고 씩씩거리고 있다. 노리스 간헐천
ⓒ 제정길


오늘의 숙박 예정지인 맘모스 핫 스프링 지역으로 차를 몰았다. 1500km의 거리가 0 이 되는 지점이다. 이틀 동안 땅에 붙어서 멀리도 왔다.

오고 보니 역시 거리는 고통이었고 마약이었다. 한 번에 다섯 시간씩의 운전은 눈꺼풀을 떨리게 하고  다리를 후들거리게 하지만, 거리가 끝나는 곳에는 색다름이 있고 그것은 거리의 고통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누가 묻기를 '당신은 왜 길을 떠나는가'라고 한다면 나의 대답은 간단하다. '거기에 거리(距璃)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해도 크게 망신스럽지는 않겠지, 아마.


출처 : 맑은생각 좋은글
글쓴이 : 희원(曦園)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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