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종교에 대하여
사람이 사람을 믿지 못하여 생긴 종교
사람이 사람을 의지하지 못하여 믿는 종교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여 구하는 종교
참으로 같은 사람으로 살아가는
이 우주 속에서 어찌
비통한 일이라 아니할 수 있겠는가
사람은 사람을 믿고 의지하고
사랑하며 살아가야 만이 행복한 존재다
도저히 사람은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어
곁에도 없는 허공 속의 하늘을 믿어야만
편안함을 느끼는 나약하고도 가여운 사람들
도저히 사람은 어느 누구도
의지할 수 없어 공중에 뜬 하늘을
의지해야만 안심이 되는
불안함으로 가득한 애처로운 사람들
도저히 사람은 어느 누구도 사랑할 수 없어
확인되지도 않는 하나님인가를
가슴에 품고 사랑을 갈구하며
살아가야만이 행복해지는 외로운 사람들
사람은 사람을 믿고 의지하며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만이 진실한 사랑이고
사람에 대한 예의이며
의무이며 같은 사람으로의 책임이다
차라리 아니 믿고 아니 의지하지 않고
아니 사랑하지 못할지라도
그에 대한 아쉬움으로 허덕이게 될지라도
하늘을 사랑하고 땅을 사랑하고
꽃과 나무를 사랑하고
나비 구름 풀 산 강 바다
모든 나와 다른 것들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일은 누구에게나 가능하고 쉽다
다만 그러하지 못하여 가족 아닌
자신 아닌 다른 이들은 믿지 못하여
거부하게 되는 슬픔들
모든 다른 사람은 의지하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하는 마음이 안타깝고
아쉬움으로 초조해지는 것
그것은 바로 다른 누가 아닌
자신과 같은 사람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자신에 대한 거부와 불신과도 같기에
서글프고 같은 사람으로 부끄럽다는 것이다
종교인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세상이 썩었다는 말일 것이다
종교인들이 극성스럽게 설치며 다닌다는 것은
그만큼 구석구석 너무 썩은 세상이
위기로 무너져내릴 것 같이
아슬아슬함에 놓여있다는 말이다
종교를 향하여 찾아갔던 이들
그 순간 그는 지옥의 길을 걸었을 것이다
그래서 천국이 그리웠을 것이다
바로 지옥과 천국은
자신의 마음 안에 있음을 알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자초하기 위하여 !
글 나명욱 님 착한사슴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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