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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1

[스크랩] 한국 창작 뮤지컬의 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한국 창작 뮤지컬의 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기자와 뮤지컬과의 만남은 중학교 때 ‘사랑은 비를 타고’를 관람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뮤지컬에 대한 나의 생각은 무대 위에서 열정적으로 노래하고 연기하는 배우들에 대한 동경이 전부였다. 때문에 작품의 완성도나 작품이 가지는 의미 등으로 인하여 공연장을 찾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보다 더 많은 작품을 보러 다니다 보니 나도 모르게 한 가지 잣대가 조금씩 세워지고 있었다. 바로 한국 창작 뮤지컬에 대한 긍정적인 이끌림과 기대감이다. 물론 한국 보다 공연 문화 역사가 훨씬 앞서 있는 나라들의 완성도 높은 오리지널 뮤지컬이나 번안 뮤지컬을 통해 작품 보는 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다. 또한 그렇게 들어온 작품들은 본고장에서 이미 인정을 받은 작품들이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실패할 확률이 적다. 때문에 하나의 새로운 시나리오를 작성해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오랜 시간을 투자하는 것보다 이미 작품성을 인정 받은 작품을 번안하거나 오리지널 뮤지컬팀을 들여오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얘기다.

 

이러한 현상은 일시적으로는 우리나라 뮤지컬 시장 확대의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생각한다면 ‘과연?’ 이라는 물음표가 붙는다. 처음에는 호기심에 공연장을 찾을 수 있겠지만 잘못하면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 현재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 방송 금지 논란이 일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때문에 붐에 이끌려 정신없이 외국 뮤지컬을 수입하는 데만 급급하는 것이 아닌 외국 뮤지컬을 바탕으로 스토리, 무대 미술, 음향, 의상 등 조금 더 완성도 있는 한국 뮤지컬 창작의 노력에도 손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최근들어서 부쩍 번안 뮤지컬도 아닌 외국 오리지널 공연팀이 국내에서 공연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프랑스 뮤지컬이 티켓 예매 사이트 예매 순위 1,2위를 차지하고 있고 뒤를 이어서 속속들이 외국팀들이 한국을 찾는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런 중에 ‘우리 뮤지컬의 힘’이라는 부제 하에 공연되고 있는 국내 창작 뮤지컬 하나가 있다. 바로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그것이다. 언뜻 제목만 들으면 외국 뮤지컬을 번안한 작품 같지만 독일 소설가 괴테의 작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각색하여 만든 국내 창작 뮤지컬이다. 혹자는 세계 속에서 인정 받는 창작 뮤지컬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고유의 정서를 잘 살려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반대로 외국에서 우리나라 고전 소설 ‘춘향전’이나 ‘홍길동전’ 등을 각색하여 뮤지컬로 공연된다고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매우 자랑스러워 할 일이고, 또한 이를 계기로 원만한 문화 교류를 할 수도 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도 마찬가지다. 독일과 우리나라 더 나아가서는 유럽 전 지역과 한국의 문화적 차이를 좁히는데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2000년 초연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꾸준히 관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작품이다. 이 작품이 독일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어필이 되는 이유는 아마도 국경을 넘어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것은 남자의 사랑이야기다. 더 구체적으로는 롯데라는 여성에게 첫눈에 반한 베르테르의 이야기다. 실제로 괴테는 친구의 약혼녀 샤를 롯데를 사랑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소설을 탄생시켰다고 한다. 베르테르의 무조건적인 사랑은 결국 괴테의 그것이 투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원시시대부터 남자는 밖에 나가서 사냥을 하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항상 강인한 존재로 인식되었다. 때문에 실제로는 그렇지 않더라도 겉으로 강하게 보여야 하는 것이 남자라는 존재다. 하지만 베르테르는 다르다. 그에게서 ‘척’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사랑하면 사랑하는 대로, 느끼면 느끼는 대로 행동하고 말한다. 때문에 강한 남자라는 이미지 보다는 오히려 여자로서 보호하고 보듬어 주고픈 남성상이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감히 동정할 인물 또한 아니다. 그의 사랑이 작품 제목처럼 슬프게만도 보이지는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는 내면적으로 사랑에 대한 신념이 매우 강한 남자다. 어짜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인 줄 알면서도 끊임없이 사랑을 외치고 필요로 하는 베르테르의 모습은 오히려 관객들에게 사랑에 대한 용기를 준다. 때문에 한 번이라도 사랑이라는 감정 앞에 솔직하지 못했던 이들이라면 공연장에서만큼은 ‘베르테르’의 이름을 걸고 마음 속 고해성사를 해 볼 것을 권유한다.

 

이 작품은 뮤지컬이라면 당연히 갖추고 있어야 할 음악의 완성도 또한 높다. 음악은 배우의 감정선과 얼마나 잘 조화를 이루는가, 스토리 흐름에 잘 부합하는가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그래야만 관객들의 귀에도 오랫동안 머물 수 있을 테니까.

 

이 작품의 음악을 맡은 구소영 음악 감독은 고전적인 느낌과 대중적인 느낌이 공존하는 세미 클래식 풍의 음악을 만들려고 노력을 했다고 한다. 때문에 음악은 클래식 풍이지만 그리 무겁지 않고 관객들이 쉽게 들을 수 있다.

 

뮤지컬의 생명은 바로 음악이다. 음악이 가슴에 와 닿지 않으면 작품 또한 와 닿지 않는 건 인지상정이다. 그런 점에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베르테르의 사랑, 슬픔, 방황, 절망 등의 감정을 잘 표현한 음악으로 더욱 완성도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렇듯 대형 뮤지컬 홍수 속에서 국내 창작 뮤지컬의 생명이 유지될 수 있는 것은 관객과 공연 관계자들의 찰떡 같은 궁합으로 이루어낸 결과다. 앞으로도 공연 관계자들의 예리함과 전문성 그리고 관객들의 비판과 격려가 찰떡 궁합을 이룬다면 대형 외국 뮤지컬 못지 않은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 작품들이 장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2006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베르테르는 엄기준, 민영기가, 롯데는 조정은과 백민정이 각각 열연을 펼친다.

 

 

이 기사는 공연포털 otr(www.otr.co.kr)에 동시 송고 됩니다.

 

 

 

 

 

출처 : 한국 창작 뮤지컬의 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글쓴이 : 양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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