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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1

[스크랩] 슈퍼 컴퓨터를 내 개인용 pc처럼



슈퍼컴퓨터를 내 개인용 PC처럼

정보의 네트워크化

.우리는 흔히 뜬구름처럼 허황된 생각을 늘어놓는 사람들에게 「뜬구름 잡는 소리 한다」라는 표현을 쓴다. 그런데 실체를 잡을 수 없는 구름 너머에서 어떤 일이 일어난다는 개념의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이 IT업계의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떠오르면서 또 다른 디지털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돈을 자기가 관리하는 게 아니라 은행에 맡기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보통 컴퓨터 하면 개인 컴퓨터(PC)나 개인 서버를 생각한다. 그러나 클라우드 컴퓨팅은 개인 컴퓨터 또는 개개의 응용 서버가 컴퓨터들의 「구름」(cloud of computers: 대규모 컴퓨터 집합)으로 옮겨 간 형태를 의미한다. 이를테면, 개인용 컴퓨터(PC)나 기업의 서버에 개별적으로 저장해 두었던 모든 자료와 소프트웨어(프로그램)를 중앙 시스템인 슈퍼컴퓨터에 저장하고, PC·휴대전화와 같은 각종 단말기를 이용해 원격으로 원하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사용 환경을 말한다.


  관련 자료를 개인 컴퓨터가 아닌 인터넷과 연결된 메인 컴퓨터에 저장해 놓고, 심지어 게임기처럼 기본 연산 기능만 갖춘 단말기로 접속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전산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작은 발전기를 개별적으로 돌리다가 대형 발전소에서 전기를 공급받게 되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세계 어느 나라에 가더라도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빼낼 수 있다. 하지만 디스크 드라이브나 메모리에 정보를 넣어 둔 컴퓨터에서는 그 PC를 이용하지 않으면 문서나 그래픽 등의 작업을 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워드나 엑셀 같은 프로그램으로 문서 작업을 하려고 할 때, PC에 개별적으로 저장해 둔 소프트웨어 자료를 불러 실행해야 한다. 또한 회사에서 작성하던 보고서를 집에서 계속 작업하려면 문서를 USB메모리에 담아와 PC로 옮겨야만 한다.
  
  클라우드 환경은 이러한 불편함을 없앴다. 어디서든 수도꼭지 틀 듯 접속해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빼내듯 자신의 정보를 꺼내 쓸 수 있는 정보의 네트워크化이다. 서버 집합(cloud servers)이 상호 연결된 대규모 네트워크이다. 그렇기 때문에 USB메모리로 문서를 이 PC에서 저 PC로 옮기거나 동일한 소프트웨어를 설치할 필요가 없다.
  
  
  IT 기업들, 서버 없이 운영 가능
  
  클라우드 환경은 가상화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가상화 기술은 크게 두 가지로 적용된다. 수백, 수천 대의 컴퓨터를 한 대처럼 묶어 준다. 그런가 하면 한 대의 슈퍼컴퓨터를 수백, 수천 대의 컴퓨터처럼 완전하게 나눠 사용할 수 있다. 많게는 수만 대의 컴퓨터를 필요한 시간만큼 사용자에게 제공한다. 작업량이 증가하면 분산 수행하는 컴퓨터 수가 늘어난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필요한 것은 중앙 시스템의 슈퍼컴퓨터뿐이다. IT 기업들은 서버 한 대 없이 운영이 가능하다. 사용자는 네트워크 기능이 탑재된 모니터나 PDA, PMP 등 개인 소형 단말기만 있으면 윈도나 리눅스 같은 운영체제에서 손쉽게 작업할 수 있다. 단말기 하나만 들고 슈퍼컴퓨터급 연산기능을 가진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매번 귀찮게 개인정보를 입력하지 않아도 아이디 하나로 여러 인터넷 서비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비밀번호를 잊을 염려가 없다. 단, 비용은 휴대전화처럼 시간당 사용료로 계산하거나 月 정액제를 신청할 수 있다.
  
  개인이 PC를 사용하려면 복잡하다. 컴퓨터 판매점에 들러 중앙처리장치(CPU), 메모리, 디스크 사양 등을 알아보고, 자신의 업무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설치한다. 시시때때로 사용자 환경을 설정하고, 개인 정보를 백업받고, 각종 응용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하는 일 또한 골칫거리다. 뿐만 아니라 응용 프로그램이 많아질수록 메모리를 늘려야 한다. 컴퓨터 운영환경 또한 복잡해져 컴퓨터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찮으며 그만큼 시간 소모가 많다.
  
  수많은 PC와 관련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환경을 관리해야 하는 기업·기관·연구소에서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컴퓨터나 서버 구입비가 많이 들지만, 운영자의 인건비·전기료·전산실 냉방비로 지출하는 비용이 훨씬 커 그 심각함을 더해 준다. 게다가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는 바이러스 감염, 원인을 알 수 없는 고장으로 컴퓨터를 통째로 바꿔야 하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클라우드 컴퓨팅에서는 사용자가 이런 복잡한 과정을 전혀 알 필요 없다. 워드, 엑셀 등 필요한 작업을 제시하면, 어디에선가 이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이 할당돼 작업을 실행할 수 있게 한다.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카탈로그를 통해 주문하는 동시에 윈도에는 원하는 소프트웨어가 설치되면서 작업 환경이 자동으로 만들어진다.
  


  구글의 엔지니어가 제안
  
  단순한 문서 작업일 때는 낮은 사양의 중앙처리장치(CPU) 성능과 최소한의 메모리만 공급하고, 반대로 3D 그래픽 동영상 콘텐츠를 볼 때는 슈퍼컴퓨터에 버금가는 CPU 성능과 수십 기가바이트의 메모리가 자동 할당된다. 작업의 요구사항에 맞게 맞춤형으로 연산 시간과 메모리, 디스크 용량 등이 할당되는 것이다.
  
  「클라우드」란 용어는 그런 의미에서 생겼다. 사용자가 필요한 작업을 제시하면(구름 속으로 던지면) 어디엔가 이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이 할당돼 작업을 실행해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구름에서 떨어지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사용자가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서버가 「구름」 어디엔가 존재하고, 사용자가 그 「구름」에 연결돼 있다면 「구름」을 통해 원하는 결과물을 얻는다. 말 그대로 구름처럼 떠다니는 정보를 이용하는 것이다.
  
  클라우드 컴퓨팅 제안은 2006년 9월 구글의 직원인 크리스토프 비시글리아(27)가 했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정보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지만, 대학 등은 이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비시글리아는 모교인 워싱턴大의 후배들이 좀더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 그는 남아 도는 용량이 있지만 아무도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에릭 슈미츠 최고경영자(CEO)와의 회의에서 처음 클라우드 컴퓨팅 개념을 제안했다.
  
  이해를 돕기 위해 클라우드 컴퓨팅 사용의 실제 예를 하나 들어 보자. 2007년 미국 「뉴욕 타임스」는 1851~1922년 사이의 1100만 건에 이르는 신문기사를 전자문서로 만들어 일반인에게 무료로 제공했다. 실로 엄청난 일이다. 하지만 이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컴퓨터나 디스크 등의 저장 장치는 하나도 구입하지 않았다.
  
  
  「구글 캘린더」 서비스
  
  뉴욕 타임스가 이용한 것은, 단지 아마존에서 제공하는 신축적 컴퓨팅 클라우드(EC2: Elastic Computing Cloud)뿐이었다. 상업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아마존 서비스를 이용해, 가상 컴퓨터 100대와 1.5TB(테라바이트)의 저장매체로 단 하루 만에 1100만 건 기사의 전자문서化 프로젝트를 끝냈다. 가상화의 클라우드 환경 덕분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개인이 사용하는 단말기에는 정보를 남기지 않고 중앙 시스템에 연결해 사용하므로 보안성이 보장된다. 회사의 일급 기밀인 새로운 모델 성능 테스트 결과치나 설계도가 유출될 가능성은 없다. 또한 메신저나 이메일, 외장형 저장장치 등을 통해 혹시 정보를 빼돌리지 않을까 의심받던 회사와 직원 간의 막연한 불신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 까닭에 기업들은 PC 대신 클라우드 컴퓨팅에 눈을 돌리고 있다.
  
  대표적인 클라우드 환경은 구글의 「구글 캘린더」 서비스를 꼽는다. 개인 일정 등을 관리해 주는 이 프로그램은 PC가 아닌 데이터센터(슈퍼컴퓨터)에 자료를 저장한다. 그리고 ID와 비밀번호를 부여받은 사람들이 이 자료를 공유한다. 이미 100만 명 이상이 구글 캘린더를 이용하고 있다.
  
  IBM은 「블루 클라우드(Blue Cloud)」라고 명명한 클라우드 컴퓨팅 산업을 차기 주력 사업으로 키울 예정이다. 그 기술 개발을 위해 200명의 연구원을 배치했다. 페이스북은 문서 작성기를 비롯한 응용 프로그램 6000가지를 인터넷으로 제공 중이고, 아마존은 EC2라는 상업적인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MS와 가상화 소프트웨어 업체 VM웨어는 컴퓨터에 가상화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데스크톱 가상화」 기술을 발표했다. PC 운영체제의 독점으로 제국을 이룬 MS가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은 아이러니하지만, 네트워크 기반으로 융합되는 시대적 요구를 거스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구글, MS, IBM 등 세계적 IT업체들이 앞다퉈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클라우드 컴퓨팅이 상업화로 정착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또한 높다.
  
  대표적인 부분이 인터넷 접속의 안정성과 가상화 기술의 문제다. 즉 컴퓨터, 네트워크, 저장장치를 가상화할 수 있어야 하나의 컴퓨터 하드웨어에서 여러 개의 운영체제를 동시에 사용하거나 CPU, 메모리 같은 자원을 원하는 가상 컴퓨터로 할당할 수 있다.
  


  막대한 컴퓨터 산업의 효과
  
  또한 가상화의 부작용으로 꼽히는 과부하로 인해 인터넷 접속이 불통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여기에 완벽한 보안, 해킹 등의 문제까지 해결되면 웹 기반의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해 이루어질 컴퓨터 산업의 효과는 막대하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이미 미래가 아닌 현실이다. 개인용 컴퓨터라는 말이 무색한 「정보 공유 시대」는 멀지 않은 듯하다. 많은 기업체들이 인터넷 접속과 보안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면서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을 위해 밟고 있는 가속 페달을 지켜볼 일이다.●

: 金亨子 과학칼럼니스트
1960년 서울 출생. 중앙大 대학원 신문방송학과 졸업. 계몽사에서 17년간 근무하면서 월간과학 「Newton」 기자로 활동. 저서 「너랑 나랑 짝꿍 할래?」, 「수탉은 새벽마다 왜 햇님을 불러 낼까요?」, 「지구의 비밀」, 「한국을 빛낸 과학자들」, 「풀벌레의 한살이」, 「네가 있어 내가 좋아」 외 다수.

출처 : 월간조선 2008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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