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에는 대숲만 푸른 것이 아니다.
단아한 선비의 기품이 푸르고, 맛깔스런 음식과 청죽(靑竹)의 정신도 푸르다.
소동파(蘇東坡)가 녹균헌의 시에" 고기는
먹지 않아도 되지만 대나무 없이 살아갈 수 없다. 고기를 먹지 않으면 몸이 야위게 되나 대나무가 없으면 사람은 속되어 교양을 잃어버린다. 허약한
사람을 살찌게 할 수는 있으나 속된 것은 고칠 수 없다"고 비유하여 대나무가 옳게 살아가는 길을 감화시킨다는 정신 문화에 끼친 영향을 잘
나타내고 있다.
담양은 기후, 토질, 강우가 대나무의
생육에 가장 알맞은 곳으로 대의 품질은 물론 죽순의 맛도 최고를 자랑한다.
대나무는 줄기만 쓰는 것이 아니라 대잎도
유용하게 쓰인다. 방부작용을 하므로 떡을 대잎에 싸서 찌면 며칠씩 두어도 부패하지 않고, 팥을 삶을 때 조릿대 잎을 넣고 삶으면 빨리 삶아지고
더디 변한다. 대잎은 알카리성이 건강식품이다. 근래에는 항암작용이 인정되어 대나무가 건강식품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나무의 여린 순인 죽순요리는 고유의
아삭거리는 질감과 담백하면서도 향취가 있어 옛부터 임금의 수라상에 오르던 담양의 토속음식이다. 또한 대나무통밥의 맛도 빼놓을 수 없는 별미이다.
좋은 쌀이 건강한 대나무와 만나서 내는
독특한 건강식이 대통밥이다. 대통에 불린 쌀과 대추, 은행, 밤을 넣고 압력솥에서 쪄낸 밥은 쫄깃쫄깃 차진 영양밥으로 은은한 대나무 향기를
먹는다. 대나무로 만든 음식은 정신과 피를 맑게 해주고 혈액순환, 당뇨병 예방, 불면증, 숙취해소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시가(詩歌)가 살아있는 담양땅에서는
대나무통밥 한 그릇만으로도 자연의 맛과 묵향이 배어있는 훈훈한 인정을 느낄 것이다.
김정숙(전라남도문화유산해설사.
전남과학대학호텔조리과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