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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건·김혜경씨 부부. 작년에 완성한 흙집 도예공방 앞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씨 부부가 처음 이곳에 정착했을 때는 전형적인 시골집인 본채한 채와 맞은편의 우사가 전부였다. 그러나
집짓기를 시작하면서 사랑채와 공방으로 쓰는 흙집을 각각 한 채씩 더 지었다. 그러니까 지금은 총 4채가 된 셈이다. 우사도 개조해 살림집으로
쓰다가 지금은 욕실로, 또 공방에서 만든 그릇들을 보관하는 창고로도 쓴다.
이씨가 자신이 지은 흙집을 ‘막집’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겸손’이 묻어 있는 말. 아무리 둘러봐도 막 지은 집처럼은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이씨 집에는 부부만의 정성과 철학이 흙덩이처럼
꽉꽉 담겨 있다.
집을 지으면서 이씨는 마치 철학자가 다 된 모습이다. 아마 자연과 삶, 손수 집을 지으면서 얻은 지혜가 많아서일
것이다. 이를 두고 스스로 ‘개똥철학’이라며 이씨는 또 겸손을 피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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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방 안의 아궁이. 방에는 구들장을 깔고 황토를 발랐다. 바닥도 황토로
마무리했다.
집 지으려면, ‘개집’ 정도는 지어 봐야
집짓기 이야기가 나오면
부부는 마냥 즐겁다. 즐겁게 지은 집이니 그럴 수밖에. 이씨는 집짓기에서 가장 중요한 게 ‘자기의 분수에 맞는 집짓기’라고 강조한다. 아무리
좋고 잘 지은 집이라도 그곳에 사는 사람이, 그리고 생활이 그렇지 않다면 소용없다는 얘기다. 스스로 만족하는, 집주인이 안분지족할 수 있는 집이
가장 좋은 집이라는 것이다.
“집을 지어 보니까, 아! 나도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누군 태어날 때부터 망치
들도 태어나는 건 아니잖아요? 짓다 보니까 배우는 것도 많고 결국은 되더라구요. 하다 못해 ‘개집’을 지을 때도 신경 쓰이는 데 자기 집인들
오죽하겠습니까? 자기 집 지으려면 최소한 ‘개집’ 정도는 손수 지어 보고 짓는 게 훨씬 수월하지요.”
이씨는 집을 지으면서 몸무게도
빠졌다. 서울에서 살 때보다 20kg 정도나 빠졌다니 과거 그의 서울 생활(?)이 능히 짐작됐다. 집을 지으면서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가벼워졌다. 아들 창민이에게 산교육을 시킨 것도, 가족이 화합한 것도 늘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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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사로 쓰던 것을 개조해 살림집으로 쓰다가 지금은 욕실과 그릇들을 놓아두는 창고로 쓰고
있다. | “손수 집 지으면 좋은 게 많습니다. ‘이게
좋다, 저게 좋다’며 서로 부부 싸움도 했는데 아주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싸움이에요. 서로 이해도 하구요. 특히 아들과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이씨는 남들처럼 큰 돈 들이지 않고 집을 지었다. 2000년에 완성한 사랑채는 돈이 거의 들지
않았다. 주위에서 버린 것들, 쓰다 남은 재료들을 재활용해서 지은 까닭이다. 집에 쓰인 흙이나 돌을 자연에서 가져온 것처럼, 나중에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창틀과 문짝 등도 남의 집에서 버린 것을, 돌덩이들은 길가에서 틈틈이 모은 것을 요긴하게
썼다.
작년에 지은 공방도 그랬다. 밖에 버려진 재료나 자재들을 이래저래 긁어 모아 지은 것이다. 그래서 공방의 경우 총 공사비가
300만원 가량밖에 들지 않았다. 단 돈 300만원에 17평짜리 흙집이 생겼으니 이만하면 손수 지은 보람을 톡톡히 챙기고도 남은
셈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