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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스크랩] 생활과 예술의 접선, 안성 아트센터 마노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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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브랜드 인지도와 선호도를 높이기 위해 문화마케팅을 도입하는 대기업이 늘고 있다. 

포스코가 기업이미지 제고를 위해 <클래식 김민기>를 주최하고, 베니건스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후원하는 등 기업의 마케팅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있어 문화예술 코드를 사용하는 것이 이젠 하나의 트렌드가 된 것이다. 

펜션에 있어서도 그러한 전략으로 입지를 굳힌 곳이 있다. 바로 ‘아트센터 마노’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남짓 거리의 안성에 위치한 마노는 가까운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한적한 ‘시골’ 환경 속에 묻혀있다.

경부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오른편으로 대덕터널과 비봉터널을 지나면 비포장도로로 진입하게 되는데, 길옆의 나무들이 마음을 평화롭게 해주고, 드문드문 들어서 있는 낮은 농가주택들과 울퉁불퉁한 흙길이 정겹게 다가온다. 

넓은 정원을 가진 집
정겨운 시골 풍경을 지나 만나게 되는 마노는 첫 인상부터 이국적이다. 자유곡선을 그리는 회벽 느낌의 하얀 담장과 철물로 제작된 중세풍의 대문, 그 너머로 보이는 범상치 않은 외관의 건물들과 텔레토비를 연상케 하는 넓고 구릉진 잔디밭. 어느 것 하나 평범하지 않다.

프랑스어로 ‘넓은 정원을 가진 집’이라는 뜻의 마노는 실재로 약 2만여 평의 구릉지를 마당삼아 넓은 잔디밭과 나무, 꽃, 연못, 바위 등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포용하고 있다. 

주변에 야트막한 산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어 넓은 부지는 아늑함을 주고, 그 안에 입지한 조형물들과 미술전시관, 야외공연장, 잔디광장, 레스토랑, 교육관 등은 인위적인 조닝(zoning)에 의한 배치가 아니라 흐름과 경관에 대한 직관적 배치로 자연스러움을 배가시키고 있다. 

또 구릉의 어느 곳에 앉아도 중앙을 향할 수 있는 배치라 간간히 열리는 야외 음악회의 객석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 모두는 5명의 작가가 5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직접 만든 것으로 곳곳에 전시된 조형물 뿐 아니라 문고리 장식 하나, 문틀 하나, 바닥에 깐 돌 하나까지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거꾸로 선 집, 옆으로 누운 집
대문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건물이 ‘거꾸로 선 집’, 갤러리 마노다. 말 그대로 뾰족한 삼각지붕이 아슬아슬하게 땅을 짚고 있고 집의 몸통은 하늘을 향해 있는 모습이다. 

이 건물의 1층은 아트숍으로, 2층은 갤러리로 사용되고 있는데, 계단과 덱, 실내의 바닥이 진한 톤의 목재로 지어져 정서적인 안정감을 주고 있다. 1층 아트숍에서는 퀼트, 도자기 등 여러 작품을 전시·판매하고, 그와 함께 유리공예와 금속공예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젊은 작가들이 항상 작품을 만들고 있어 일반인들도 작가들의 도움을 받아 뚝딱뚝딱 망치질을 하거나 유리를 녹여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2층 갤러리에서는 1년 내내 작품을 전시한다. 

주로 안성 지역의 젊은 무명작가들에게 무료로 개방하고 있는데, 재능은 많지만 가난한 아마추어 작가들에게 조금이나마 기회를 주고 싶다는 주인 심종섭씨의 마음이 담겨 있다. 

거꾸로 선 집 바로 옆에는 창문도 지붕도 바닥에 기대어 잠을 자는 모습으로 누워 있는, 일명 ‘옆으로 누운 집’이 있다. 황토 빛 외벽을 담쟁이덩굴이 감싸고 있어 가을 정취가 물씬 풍기는 이 건물은 이탈리아 레스토랑이다. 

건물의 지붕에 해당하는 부분이 모두 유리로 마감되어 식사를 하면서 잔디 조각공원과 화개산의 아름다운 정취를 만끽할 수 있고, 저녁 7시부터는 피아노 소품곡이나 바이올린, 클래식 기타 3중주 등의 라이브도 함께 즐길 수 있다. 

또 건물의 옆면에 해당하는 옥상에는 나무 의자를 두어 주변 산세와 아담한 정원을 내려다보면서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낭만이 넘치는 곳이다. 뿐만 아니라 레스토랑의 기본인 음식맛 또한 훌륭한데, 이는 타고난 절대미감으로 20대 때부터 외식업을 해온 주인장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부분이다. 

자연 속에서 최고의 음식과 예술적인 낭만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 그래서 당일 코스로 레스토랑만을 찾는 손님도 많다. 

불편하지만 특별한 숙소, 방갈로
당일 코스로 이 곳을 찾는 손님도 많지만, 하루쯤 묵으며 마노의 정취에 흠뻑 빠져보고픈 이들을 위해 침대방과 온돌방이 있는 3채의 교육관이 준비되어 있다(객실은 9실로 10평형과 11평형, 12평형이 9만6천 원, 22평형이 19만2천 원). 

지형적인 레벨 차에 대해 무리한 토목공사 없이 작은 단으로 나눠 앉힌 집들은 각각의 작은 마당 영역을 구성하고 있다. 또 투박한 모습의 가파르고 좁은 계단과 골목을 사이에 두고 있어 그 자체로 아기자기한 배치의 묘를 보여주고 있는데, 마치 이탈리아의 여느 시골 마을에 들어온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개개의 건물은 서로 다른 외관과 구조, 마감재로 호텔 같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원목을 일일이 쌓고 페인트칠 하고 못질 하여 만들었다. 앞서 말했다시피 5명의 작가가 장인정신으로 만든 이 건물들은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작품이다. 

그래서 손님들에게 약간의 불편함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를테면 별동으로 꾸며져 공동으로 사용해야하는 화장실과 샤워장이다. 요즘 대부분의 펜션에는 욕실과 주방 등이 개개의 실마다 설치되어 기능적인 편리함을 추구했으나, 마노는 화장실과 샤워장을 공동으로 마련해 놓고, 취사는 아예 금지 하고 있다. 

그래서 주인장은 이를 명기해 놓고 편리함을 추구하는 이들에게는 근처 다른 호텔을 연결해준다. 그리고 이런 시스템 때문에 스스로 펜션이 아닌 ‘방갈로’라 명명하고 있다. 

예술가적 장인정신이 살아있는 곳
“자기 집이라 생각하고 직접 참여해야지요. 또 100년을 생각해도 질리지 않을 집을 지으려면 예술 감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그 분야의 조언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합니다.”

펜션 건축에 대한 주인 심종섭 씨의 조언이다. 실재로 마노 건축 당시 문고리 하나 구하는데도 온 시장을 다 돌고, 며칠씩 고생했다고. 결국 그는 평당 300만 원 미만의 건축비로 마노를 완공할 수 있었다.

현재 숙박시설에 대한 연간 가동률은 50%지만 레스토랑을 찾거나 갤러리를 찾는 등 ‘아트센터 마노’에 대한 이용자를 계산에 넣는다면 그 수치는 훨씬 높아질 것이다. 

숙박 시설을 이용하는 이들은 회사나 학교의 단체연수를 위한 단체 손님의 비율이 높은 편이다. 이들을 위해 주인장은 맛있는 음식을 준비한다. 그 중에서도 야외 바비큐 장의 뷔페는 단체 손님에게 인기가 높다. 

이 뷔페를 맛본 손님들은 그 맛을 잊지 못한다고 하는데, 그 맛의 비결은 좋은 재료와 즉석 요리. 뷔페식으로 운영되지만 손님들은 절대로 음식을 한꺼번에 많이 가져가지 못한다. 

이는 음식맛을 중요시 여기는 주인장의 철학 때문이다. 손님이 가장 맛있는 순간에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바로 구워서 한두 점씩 계속 공급하는 것이 이 즉석 뷔페의 컨셉이다. 

이렇듯 음식에 대한 철학이 뚜렷한 그는 자신을 ‘그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 소개했지만, 그 자신이 이미 예술가였다. 실상 근방에 이렇다할 관광지도, 빼어나게 아름다운 절경도 없는 부지에서 그는 스스로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만들어 하나의 지역 명소로까지 부상시킨 것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마노의 아름다운 마당에 앉아 펜션의 성공 조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일까. 

주인장은 앞으로 자신의 노하우를 살려 식당에 대한 프랜차이즈를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자신의 친구들, 40~50대 가장들이 ‘식당이나 하려한다’며 주먹구구식으로 계획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고. 최소한 ‘밑져도 본전’은 되도록 한 사람과 관계 맺더라도 끝까지 책임지고 싶다는 바람이다. 

이렇듯 자연스럽고 넉넉한 분위기의 마노라면 어느 지역에 가더라도 그 지역의 산세와 잘 어우러지는 건축과 프로그램으로 지역 문화 발전에 활력소가 될 수 있을 듯 하다. 

2만여 평 땅에 대한 마노의 역사를 듣는 사이 ‘옆으로 누운 집’의 비스듬한 창으로 해가 지고, 마당에 조명이 들어온다. 진하고 부드러운 커피가 정말 맛있다

■ 아트센터 마노 (031-676-7815, http://www.mahno.com)

☞ 찾아가는 길 
경부고속도로를 타면 안성 I.C에서 우회전한 뒤, 38번 국도를 타고 중앙대를 지나 장호원 쪽으로 직진한다. 대덕터널과 비봉터널을 빠져 나오자마자 우측으로 내려와서 바로 좌회전하면 쌍굴다리가 나오는데, 이 곳을 지나 우회전한 뒤 좁은 길로 2.4km를 가면 마노와 만날 수 있다. 중부고속도로를 타면 일죽 I.C에서 우회전 해 역시 38번 국도를 타고 계속 직진한다. 동아방송대학을 지나 동신 삼거리에서 평택 쪽으로 우회전한 뒤, 900m지점에서 원삼 방면 우측으로 내려와서 바로 우회전하면 좁은 길이 나온다.





















 
출처 : 블로그 > 오지마을/e-이장 | 글쓴이 : e-이장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