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장군의 리더십
Ⅰ. 역사는 살아있는 교재
지금 세계는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휩싸여 있다. 이념의 장벽이 무너지는 대신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새로운 보호무역주의 장벽이 높아지고 있으며, 전세계를 하나로 묶는 네트워크화도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변화 속에서도 기업이 생존과 성장을 거듭해 나가기 위해서는 기업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이라는 조직을 이끌어 가는 리더가 환경변화를 선도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만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리더십은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주제이며 역사 속에서 우리는 바람직한 리더상에 대한 풍부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예를들어 스텐포드 경영대학원의 제임스 마치 교수는 그의 [조직행동론] 강의에서 세르반테스의 틴키닝비나 세익스피어의 [리어왕] 등 고전을 인용하여 리더십을 설명한다. 그는 [리어왕]을 예로 들어 기업에서 나타나는 바람직하지 못한 후계자 계승, 명확하지 않은 분권화,무분별한 권한 위양 등과 같은 사실들에 대해 설명한다. 많은 미국의 최고경영자들이 그의 강좌에 몰려들고 있는 것은 그의 독특한 리더십 강의가 신기하게도 경영의 현장에서 적절하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런 시도와 더불어 역사 속에서 발견되는 사례를 통해 리더십에 접근하려는 시도가 있다. 고대 이집트 역사를 연구하는 학자에 따르면, 왕인 파라오(Pharaoh)가 될 수 있는 조건이 다음과 같이 명문화되어 있다고 한다. '파라오의 입에는 단호한 권위가 있어야 하며,가슴에는 모든 것을 통찰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며, 혀에는 정의의 창고가 있어야 한다.' 또한 [오딧세이]로 유명한 그리스 시인 호머는 '리더는 부하들과 약간의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리더가 품위없는 대중과 섞이면 부하를 잃게 된다'라고 리더에게 충고의 말을 남겼다.
이처럼 리더십에 대한 이론적 논의는 숱하게 이루어져 왔고 그에 관한 서적은 수백 여종에 이른다 그런데 국가나 기업을 이끄는 지도자의 입장에서는 딱딱한 교과서의 이론보다는 역사 속의 인물이 보여주는 구체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일화가 바람직한 리더의 자세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느끼게 할 것이다. 왜냐하면, 역사는 인류의 지혜가 집대성된 위대한 교과서이기 때문이다. 또한 역사 속의 리더들이 겪었던 문제는 현대의 정치가나 기업 경영자들이 겪고 있는 문제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역사의 발전을 이룩해 온 리더들의 모습은 오늘날과 같이 급변하는 대경쟁시대에 기업이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한 바람직한 리더의 자세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우리에게 역사상 어느 국가가 가장 강대하게 오랫동안 지속되었는지를 묻는다면, 누구나 서슴없이 '로마제국'이라고 말할 것이다.
기원전 763년에 이탈리아 중부의 작은 언덕에서 출발한 로마는 기원전 모세기에 통상강국이었던 카르타고를 멸망시키고 지중해의 패자로 떠올랐다. 이후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에 이르는 거대 제국을 건설하였다.로마제국은 2천 여년에 걸친 오랜 기간동안 세계를 지배하였고, 또 그 문명은 서구문명의 초석이 되었다. 로마제국이 그토록 강대한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뛰어난 리더들이 국가의 위기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갔기 때문이
다.
지금부터는 로마의 공화정 시대를 중심으로 평시에는 국정을 담당하고 전시에는 장군으로서 전쟁에 임한 로마 리더들의 일화를 통해 바람직한 리더상을 정립해 보고자 한다.
Ⅱ. 로마장군이 지닌 리더의 자세
1. 공과 사를 구분하라
로마의 정치체제가 왕정에서 공화정으로 바뀐 뒤, 명문 집안의 젊은이들에게는 한 가지 불만이 생기게 되었다. 다름이 아니라, 그들이 최고의 권력기관인 원로원에 들어가려면 가부장이 죽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그들은 자신들이 활약할 기회가 줄어들었다고 느끼고,왕정으로 복고하려는 음모를 꾸미게 되었다. 그러나 그들의 음모가 사전에 누설되어 전원이 체포되었는 데,그 중에는 집정관인 브루투스의 두 아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집정관은 당시 로마의 최고위 관직으로서, 법률을 공포 집행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시민들은 집정관의 아들임을 고려하여 그들을 국외로 추방시키자고 제안하였다. 그러나 브루투스는 법의 집행자로서 두 아들의 처분은 자신이 직접 맡겠다고 하면서 두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티투스! 티베리우스! 네놈들은 왜 너희들에 대한 고발에 대해 자신을 지키려 하지 않느냐? 이제 너희들은 응당의 처분을 받아야 할 것이다."
형리들은 곧장 젊은이들의 옷을 벗기고 손을 뒤로 묶은 채 몽둥이로 닥치는 대로 때렸다. 쓰러질 때까지 채찍질을 당한 두 젊은이는 한사람씩 끌려가서 도끼로 목이 잘렸다. 다른 사람들은 그 처참한 광경을 차마 지켜보지 못했으나 오직 브루투스만이 끝까지 눈길을 돌리지 않았다. 브루투스는 이때 아버지로서가 아니라 자식에 대한 생사여탈권까지 인정받고 있는 집정관으로서 행동했다.
또한 기원전 167년에 마케도니아 전쟁에서 승리한 파울루스 장군은 왕궁에서 찾아낸 수많은 금은보화를 한 푼도 남김없이 전부 국고에 헌납하였다. 그는 금은보화를 자신의 수증에 넣을 수도 있었지만 계속되는 전쟁으로 재정이 곤란한 국가를 위해 자신의 사욕을 버렸던
것이다.
이와 같이 로마의 장군들은 항시 사리사욕을 버리고 공익을 증진시키고자 노력하였다. 따라서 국법을 어긴 자는 어느 누구도 예외없이 사회전체의 이익을 위해 엄중한 심판을 내리는 것이 로마 장군의 자세였다.여기에서 우리는 '도덕적으로 선한 것'을 최고의 덕목으로 여기고, 자신의 권한을 사리사욕에 이용하는 것을 가장 불경스럽게 생각한 로마장군의 강직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기업의 경영자도 조직을 이끌고 대표한다는 입장에서 공인(公人)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공인으로서 경영자는 자신의 이익을 추구해서는 안되며,회사 전체 나아가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적지 않은 경영자들이 공인로서의 자세를 망각하고, '자신의 배불리기'에만 몰두하여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우리는 회사가 섭외를 위해 구입한 골프회원권으로 자신의 친목을 도모하는 데 유용하는 경영자들을 종종 목격한다. 그들은 '어차피 남들도 다 하고 있으니까'라고 가볍게 생각해 버린다.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무관심한 회사나 종업원에게도 책임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경영자 스스로가 자신이 공인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이를 매사에 몸소 실천해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겠다.
2. '마음의 벽'을 허물어라
기원전 6세기 초,집정관 발레리우스는 로마 시내의 광장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전망좋은 언덕에 위치한 웅장한 저택에서 호화스럽게 살고 있었다. 그가 부자였기 때문이지만,시민들에게 그의 저택은 마치 왕궁처럼 보였다.그래서 시민들은 '그가 장차 왕이 되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게 아닐까'라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발레리우스는 이 사실을 알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즉시 수많은 일꾼을 동원하여 하룻밤 사이에 자신의 저택을 부숴 버리고, 땅값이 싼 성벽 근처에 소박한 집을 짓게 하였다. 그리고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자신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직접 볼 수 있게끔 항상 대문을 열어 두었다.
또한 호위병들이 들고 다니는 장대 끝의 도끼를 없애고 시민들이 모인 자리에 갈 때에는 장대의 끝을 내리도록 함으로써 계층간의 위화감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하였다. 이러한 발레리우스의 노력으로 시민들은 점차 그에게 호감을 갖게 되었다. 훗날 사람들은 그를 '푸블리 콜라(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라고 불렀다.
'굳게 닫힌 문, 키가 큰 열대나무, 이태리산 테이블….' 이것은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최고 경영자의 집무실 풍경이다.
그러나 이러한 집무실의 분위기가 부하 직원들에게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면,자연히 상사와 부하 직원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기게 될 것이다. 또한 화려한 집무실이 상사의 권위를 상징할지는 모르지만, 부하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려 업무의 능률을 저해시킬 수도 있다. 그러므로 리더인 경영자는 먼저 부하 직원과의 사이에 놓인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발레리우스가 자기 집의 문을 항시 열어 두었듯이 경영자도 집무실의 문을 열고 부하 직원과 격의 없는 대화를 해야 한다. 미국의 인텔사는 최근 일선 직원들이 언제나 자유롭게 상사의 방을 찾아와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모든 경영진의 집무실 문을 없애 버렸다.
상사와 부하 직원간에 의사소통이 원활할수록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강한 신뢰감이 생기게 된다.조직이 가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조직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인데 이러한 참여는 리더에 대한 두터운 신뢰를 밑바탕으로 하여 이루어진다. 따라서 경영자에게 '신뢰'는 '생명'과도 같은 것이며, 이는 서로가 끊임없이 대화하는 과정에서 형성될 수 있다.
3. 때로는 멈춰 서라
로마는 제2차 포에니 전쟁(B.C. 218~201년) 초반에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에게 연전연패를 당하고 있었다. 한니발이 코끼리떼를 이끌고 로마의 중심부로 빠르게 진격해 옴에 따라 두려운 로마시민들과 원로원은 집정관 파비우스에게 빨리 결정을 내리고 행동으로 옮길 것을 종용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파비우스는 한니발과 정면대결을 피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하고, 적군의 뒤를 바짝 쫓으면서 한니발이 싸움을 걸어와도 이에 절대로 응하지 않았다.
정면대결을 꾀하는 대신 적군의 군량이 떨어지고 병사들의 사기가 떨어질 때까지 지연작전을 펴기로 했다. 그러나 로마인들은 그를 겁쟁이라고 비난하고 로마로 소환하였다.
그후 원로원은 플라미니누스에게 서둘러 한니발을 공격하도록 명령을 내렸으나,한니발의 전술에 속아 칸나에 전투에서 대패를 당하고 말았다. 이에 원로원은 전략을 바꾸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파비우스를 집정관으로 재임명했다. 그의 지연작전은 서서히 효과를 발휘하였으며 결국 한니발로부터 로마를 구할 수 있었다.
'대충대충', '빨리빨리', '남들이 그렇게 하니까' 등….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던 대표적인 '한국병'의 예이다.
그 중에서 우리 사회에서 아직도 잘 고쳐지지 않고 있는 부분이 성급한 국민성이다. 이러한 국민성을 반영하듯 우리가 일반적으로 리더십을 논할 때에도 '빨리 생각하고 빨리 판단하여 재빨리 행동에 옮기는 것'을 유능한 리더의 조건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신속한 결정과 행동만이 능사가 아니다. 미래의 변화 방향을 충분히 고려하여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이 더 필요하다. 바나드는 경영자의 의사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에 적절하지 않은 문제를 결정하지 않는 것, 효과가 없는 결정을 하지 않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이 해야 할 결정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리더는 단순한 관리자처럼 무리하게 업무를 추진해서는 안된다.
기업(企業)을 이끌어 가는 리더는 '기(企)'라는 한자의 의미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기(企)는 '인(人)'과 '지(止)'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한자이다. 이는 사람이 길을 걸어가다가 때로는 멈춰 서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또 어디로 가야 할 지를 생각해 보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리더는 때로는 멈춰 서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자기반성의 기회를 충분히 가져야 하며, 이는 유능한 리더가 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셀즈닉은 리더와 관리자의 차이를 "리더는 혼란과 결함을 인내하고 중요한 사안에 대해 성급한 판단을 피하면서 해답을 미결인 채 유보할 각오를 하고 있다. 그러나 관리자들은 질서와 통제를 추구하며 잠재적 중요성을 파악하기 전에 무리하게 문제를 처리한다"라고 말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한니발과의 전쟁에서 속전속결을 바랬던 플라미니누스 장군은 리더가 아니라 단순한 관리자의 모습은 성급하게 행동하지 않고 때를 기다린 파비우스 장군은 전형적인 리더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4. 성공한 방침도 필요하면 바꾸라
고대 로마에는 관직에 입후보할 수 있는 연령이 정해져 있었다.
최고위 관직인 집정관은 40세, 공직 후보자의 신원이나 전력을 조사하고 각 시민의 납세액을 결정하는 관직인 감찰관은 30세 등이었다. 그런데 코르넬리우스 스키피오는 22세의 어린 나이에 감찰관에 입후보하였다. 그가 연령이 미달임에도 불구하고 감히 입후보할 수 있었던 이유는 로마시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입후보의 변을 이렇게 늘어 놓았다.
"모든 시민이 내가 감찰관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니까 나는 충분히 감찰관의 일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원로원은 로마 시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도전하는 젊은 스키피오를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이처럼 과거의 전례나 관습에 구속되지 않고 새로운 것을 추구한 스피키오는 또한번 문제를 일으켰다.
제2차 포에니 전쟁 중 집정관에 취임한 스키피오는 자신의 임지를 아프리카로 결정해 달라
고 원로원에 요구하였다. 그런데 집정관의 임지 결정은 원로원의 고유권한이었다. 원로원
의원들의 반대가 있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성공한 방침도 필요하다면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우리가 한니발과의 지루한 전쟁을 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방침을 바꾸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는 카르타고가 로마에 싸움을 걸어 왔지만 앞으로는 로마가 카르타고에 싸움을 걸어야 합니다. 한니발이 먼저 로마로 쳐들어 왔기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적의 본토를 선제공격하는 것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한니발은 우리에게 보여 주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카르타고로 가야 합니다.저를 아프리카로 보내 주십시오."
그러나 원로원은 시칠리아로 스키피오의 임지를 결정했다. 로마의 최고사령관인 집정관이 임지를 이탈하는 것은 국법을 어기는 대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키피오는 한니발을 무찌르기 위해 과감하게 아프리카로 건너갔고 자마전투(B.C. 202년)에서 마침내 한니발을 격파시켰다. 또한 그가 원로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로 건너가서 구축해 놓았던 '코르넬리우스 진지'를 바탕으로 그의 손자인 아이밀리아누스 스키피오는 기원전 146년에 카르타고를 완전히 멸망시켰다.
경영자들은 한 기업에서 직위가 올라감에 따라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안정을 찾게 되고 이에 따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매너리즘이 찾아온다.이것은 현재의 상황을 깨고 싶지 않다고 하는 '무사안일주의', 이제까지도 이렇게 해왔다고 하는 '전례답습주의', 다른 사람도 같은 방식으로 하고 있다고 하는 '타인모방주의'에서 오는 것이다. 기업을 둘러싼 환경은 격변하고 있는데도 현재에 안주하고 또 거기에 매달려 보다 나은 것,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일에 소극적이 되어버리는 리더가 많다. 이런 리더의 사고 저변에는 "지금 이대로가 무난할거야. 일부러 애써 새로운 것을 해서 고생할 필요는 없지.실패하면 공연히 내가 책임을 져야 하는 걸"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 참된 리더는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되며 '혁신가'로서 다른 사람이 한 적이 없고 하지 않는 일을 행해야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보다 앞서서 일을 해야 한다. 리더는 과거로부터 배워서 현재에 살고 있는 사람이지만 한쪽 눈은 미래를 내다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로마의 장군 '스피키오의 일화'에서 변화를 추구하고 혁신을 만들어 가는 리더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있다. 변화를 추구하는 리더의 과감한 도전과 결단이 역사를 만들어 간 것이다. 스키피오가 과거의 방침에 집착하여 로마의 전례를 따르려고 했다면 카르타고는 멸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그랬다면 아마세계의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다.
리더는 과거의 성공에 안주해서는 안된다. '성공이 또 다른 성공을 만들어 낸다'는 말이 있지만 지금과 같이 환경이 격변하는 시대에는 '실패의 큰 원인 중의 하나가 성공 체험'이라는 말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성공은 리더에게 자신감을 주지만, 오랫동안 '과거의 성공'에 매달림으로써 자만에 빠지게 되고 결국 조직의 성장을 둔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므로 오늘을 살아가는 리더는 과거의 성공에 연연해서는 안되며, 지금 상태로 머물러서는 돌이킬 수 없는 실패가 닥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고 미래로의 변화를 선도해야 한다.미래를 창조하는 것, 이것은 리더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책무이다.
5. 내일의 승리를 바라보라
로마는 칸나에 전투에서 한니발에게 대패하였고, 살아남은 병사들 중 상당수가 도망을 쳤다. 이때 원로원은 도망친 병사들을 붙잡아 시칠리아섬으로 보내 귀국을 금지시켰다. 마르켈루스가 집정관으로 선출된 뒤, 아직 붙잡히지 않은 탈주병들은 그에게 다시 군무에 봉사하게 해달라고 애원하였다. 이에 마르켈루스는 이들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고자 원로원에 서한을 보냈으나 원로원은 '조국은 비겁자들을 다시 군무에 복귀시키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는 회답을 전해 왔다.
그러나 마르켈루스는 지나간 한번의 패배보다는 다음의 승리를 소중히 생각하고 이들을 군대에 복무케 했다. 그런데 마르켈루스가 이들을 데리고 전투를 수행하던 중 또다시 병사들이 도망치는 일이 발생하였다. 로마군이 병력을 교체하느라 잠시 혼란에 빠져 있는 틈을 타 한니발 군대가 맹공을 퍼붓자 적 앞에서 물러서는 일이 드문 로마 병사들이 일제히 도망치기 시작했다. 숙영지로 도망쳐 돌아온 병사들에게 마르켈루스가 꾸짖자, 고개를 숙여 듣고 있던 병사들 사이에서 누군가 외쳤다.
"장군님, 변명할 말이 없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내일을 내다보아 주십시오."
그러자 마르켈루스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 너희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겠다. 내일 아침, 승자가 되느냐 패자가 되느냐는 너희들 자신에게 달려있다. 그리고 오늘의 패배 뒤에는 내일의 승리를 베풀어 달라고 기도하자."
끝으로 마르켈루스는 "오늘 우리가 패배했다는 소식이 로마에 도착하기 전에 내일의 승전보가 먼저 도착하기를 바랄 뿐이다"는 말로 질책의 연설을 끝냈다. 이 질책은 병사들의 가슴속에 깊이 파고 들었다. 다음 날 먼동이 트자 어제 치욕을 당한 병사들은 서로 앞다투어 자기를 선봉에 서게 해달라고 간청하였다. 이날 전투에서 로마군은 처음부터 맹공을 퍼부었고 전투 결과는 한니발 군대가 8천명의 전사자를 낸 반면에 로마군의 손실은 3천명에 머물렀다.
여기서 마르켈루스의 위대한 점은 의기소침한 병사들에게 오늘의 패배에 굴복하지 않고 용감하게 적과 맞서 싸울 수 있는 기회와 용기를 주어 더 큰 승리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리더는 구성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이해시켜 그들 역시 비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실패로 좌절해 있는 사람들에게 미래를 향해 달릴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것이 내일의 승리를 기다리는 리더의 비전이다. 대중은 현재를 보지만 리더는 미래를 보아야 한다.
우리가 역사상 위대한 리더들에게서 볼 수 있는 공통점은 그들 대부분이 커다란 실패를 경험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승리를 위해 자신을 추스린다는 것이다. 리더는 아랫 사람들이 현재의 실패에 좌절과 방황을 하고 있을 때, 그들에게 실패를 질책하는 대신에 밝은 내일을 기약할 수 있어야 한다.왜냐하면 리더의 역할은 오늘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조직이 나아갈 바를 제시하고 미래를 개척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6. 물러날 때를 알라
로마에서는 국가가 위기에 처해 있을 때마다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한사람에게 모든 권한을 부여하는 '독재관제도'를 두었는데, 임기는 6개월이었다.공화정 초기, 밭을 갈고 있던 킨킨나투스는 어느 날 갑자기 독재관으로 임명되었다. 괭이 대신 지휘봉을 잡은 킨킨나투스는 로마를 침범한 외적을 불과 보름만에 물리쳤다.
그리고 나서 그는 6개월 임기의 독재관직을 열 엿새만에 반납하고 미련없이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또 다른 사례를 살펴보자. 공화정 말기에 로마는 평민파와 귀족파가 권력투쟁을 벌이는 내분에 휩싸였다. 당시 귀족파의 대표인 술라는 로마 역사상 처음으로 국가의 혼란을 수습하기 위한 '종신독재관'에 선출되어 일련의 개혁을 수행해 나갔다. 이후 술라는 자신의 개혁이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생각하여 스스로 '종신 독재관'직을 사임하였다. 또한 그는 독재관의 권위를 상징하며 하루 내내 잠시도 그의 곁을 떠나지 않던 호위병들마저 해임하고 평범한 시민으로 되돌아갔다.
우리는 많은 최고경영자들이 "나만이 이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하며, 자신의 임기가 끝났는데도 그 자리를 고집하는 것을 종종 목격한다. 회사를 위해 한 평생을 바친 경영자가 뜨거운 애정과 화려했던 경륜을 뒤로하고 스스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조직의 거대한 힘과 자신을 동일시했던 리더에게 권력의 상실은 자아를 상실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또 자신이 이룩한 높은 업적이 후임자에 의해 파괴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리더의 심리는 가능한한 권력을 계속 유지하려는 행동으로 나타난다.
실제로 몇몇 최고경영자들은 그 동안자신이 행사해온 경영권을 다음 세대에 넘겨주는 데 저항감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리더의 자아도취에 불과하다. 모든 사람에게는 자신의 때가 있으며, 특히 리더는 자신이 언제 물러나야 할지를 항상 계획하고 있어야한다.
또한 리더는 자신이 물러날 때를 대비하여 "누구를 후계자로 선정할 것인가"의 문제를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최근 성공한 경영자들 가운데는 능력이 부족한 후계자 때문에 그가 세워 놓은 회사가 기울어 가는 것을 지켜보며 경력을 마감하는 일이 적지 않다. '후계자 선정'은 리더가 책임져야 할 경영철학의 과제이며 단순한 관리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리더는 구성원들에게 '기업은 경영자의 독특한 개성과 경영철학 위에서 발전하는 것이며, 미래를 위해 가장 적합한 인물이 선정되어야한다'는 사실을 확신시켜 주어야한다.
후계자의 선정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한 사례를 로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로마의 최전성기인 5현제 시대(A.D. 96~180년)에 네르바 황제는 전임자 도미티아누스의 오랜 폭정으로 악화된 사회적 혼란을 늙은 자신으로는 수습할 수 없다는 것을 절감했다. 사람들은 그리 온후한 성품을 존경했지만 타락한 로마인들에게는 죄인을 엄하게 다스릴 보다 강력한 인물이 필요했다. 따라서 그는 몇 명의 친척이 있었지만, 혈연이 아닌 40세 전후의 용감한 트라야누스 장군에게 황제 자리를 물려주기로 결정했다. 이후 로마는 그의 치세 중에 태평성대를 누리게 되었다.
그러나 5현제 중 마지막 황제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아들을 편애하여 그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말았다. 이때 로마에서는 마르쿠스가 못된 아들을 맹목적으로 편애하여 백성을 희생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반론이 있었고, 또 후계자를 공화국 안에서 고르지 않고 자기 가족 중에서 고르는 데 대해서도 반대가 있었다. 마르쿠스의 뒤를 이은 콤모두스는 황제로 등극하여 방종과 타락에 물든 생활을 즐기고,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는 등 폭정을 휘둘렀다. 이 시기부터 로마는 점차 쇠망의 길을 걷게 되었고, 스토아 철학자로도 유명한 마르쿠스의 명성은 한낱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지금 물러나야 할 위치에 서 있는 경영자들에게 앤드류 카네기의 묘비에 새겨진 글은 큰 교훈이 될 것이다.
"여기 자신보다 더 능력이 있는 사람을 알아볼 줄 알았던 한 남자가 잠들어 있다."
Ⅲ. 맺음말
지금까지 우리는 역사상 가장 강대한 국가를 이룩했던 로마를 움직인 장군들의 사례를 통해 바람직한 리더의 자세가 기업의 경영자들에게 주는 교훈에 대해 살펴보았다. 혹자는 "2천 년전에 발휘된 로마장군의 리더십이 어떻게 현대의 기업 경영자들에게 교훈을 줄 수 있을까"라고 생각할 지 모른다. 하지만 앞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리더십에는 과거와 현재를 꿰뚫는 초시간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본고에서 소개한 로마 장군의 일화는 훌륭하고 유능했던 리더만의 특출한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공과 사를 구별하라, 마음의 벽을 허물어라, 성공한 방침도 필요하면 바꾸라. 때로는 멈춰 서라. 내일의 승리를 바라보라, 물러날 때를 알라.' 이것은 대부분의 리더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구태의연한 리더의 모습일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들이 이러한 리더의 자세를 쉽게 망각하고 실천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로마 장군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중에서도 특히, '성공한 방침도 필요에 따라 바꿀 수 있다'는 자세는 변화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의 기업 경영자에게 절실히 요구된다고 하겠다. 기업의 패러다임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현 시점에서 경영자가 종래의 방식만을 고집하고 주위의 환경에 유연히 대처하지 않는다면, 그 기업은 멀지 않은 장래에 사라지고 말 것이다. 과거에 성공을 가져왔던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지금도 똑같은 황금 알을 낳아 주리라고 확신할 수 없다.
따라서 경영자는 기업을 변화시키는 주역으로서 끊임없는 자기 반성과 혁신이 필요한 존재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나 위에서 제시한 여섯 가지 조건을 갖추었다고 해서 참된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니며, 성공한 사람들이 모두 리더가 되는 것도 아니다. 진정한 리더십은 리더의 의지나 행동을 아랫사람이 '사랑'이나 '아름다움'처럼 편안하게 느끼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신한리뷰 기업문화팀 책임연구원 / 최광해
-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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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원, 성공적인 뉴리더십 , 서울프레스, 1995. 허승일, 증보 로마공화정 연구 , 서울대학교 출판부, 1995. 허승일, 키케로의 의무론 , 서광사, 1989. 로버트 슬레이터, 잭 웰치의 31가지 리더십 비밀 ,이진주 역, 명진출판사, 1994. 버트 나누스, 리더는 비전을 이렇게 만든다 , 박종백 역, 21세기 북스, 1994. 시오노 나나미 , 로마인 이야기Ⅰ.Ⅱ.Ⅲ , 김석희 역, 한길사, 1995. 에드워드 기번, 로마제국쇠망사 , 황건, 까치, 1991. 존 클레멘스, 서양 고전에서 배우는 리더십 , 이은정 역, 매일경제신문사, 1993. 플루타르코스, 플르타르크 영웅전 , 김병철 역, 범우사, 1994.
출처 : 역학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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