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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펌] [문화와 과학이 있는 집이야기] 집짓기(1)

[문화와 과학이 있는 집이야기] 집짓기(1)
고사 지낸 후 땅파고 나무 다듬는 일로 시작
목수가 간살이 잡아 기초 터 파기·되메우기한 후 초석 놓고 기둥 세워


목수가 매놓은 규준틀에 따라 일꾼들이 기초 터 파기를 하고 있다. 반듯한 집이 되려면 규준틀을 발라야 하고, 든든한 집이 되려면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 /사진 제공=황헌만(사진 작가)

집을 지으려면 그 규모를 결정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할 일입니다. 건물은 몇 채로 할 것인지, 방은 몇 개가 필요한지를 정하는 것이지요. 그런 다음에 터에 집을 어떻게 앉힐 것인가를, 즉 안채ㆍ사랑채ㆍ헛간채 등을 어디에 어떻게 자리잡게 할지를 확정합니다.

집의 규모와 배치가 결정되면, 이제 목수가 집 짓기에 들어갑니다.

땅파기 전 '개토제' 올려

집을 짓는 일은 땅을 파는 일과 나무를 다듬는 일에서 비롯됩니다.

우리 조상들은 땅을 파는 일을 자연을 해치는 일로 여겼습니다. 그래서 집을 지을 때 주인은 땅을 파는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토신에게 ‘개토제’를 올리고, 자연을 적게 다치도록 노력했습니다. 또, 목수는 나무 다듬기를 시작했음을 아뢰는 모탕고사를 지낸 다음 치목에 들어갔어요. 목수가 나무를 다듬는 일을 ‘치목한다’고 해요.

고사를 미신이라고 볼 수 있지만, 고사에는 공사에 참가한 모든 사람이 한 마음으로 화합하여 사고 없이 좋은 집을 짓자는 결의를 다지는 뜻도 있답니다.

기둥 설자리 표시하는 '간살이'

땅을 파려면 건물이 들어설 위치를 터에 표시합니다. 건물이 들어설 위치와 높이를 정확하게 표시하기 위해 세우는 것이 ‘규준틀’이지요. 집이 앉힐 자리를 땅에 표시한 다음, 들어 설 건물의 모서리에서 조금 밖으로 벗어난 곳에 나무 말뚝을 박는 일을 ‘규준틀을 맨다’고 합니다.

목수는 규준틀을 맨 다음, 기준이 될 바닥 높이를 규준틀 말뚝마다 나타냅니다. 규준틀은 가로ㆍ세로 방향으로 정확하게 직각을 이뤄야 됩니다. 그 다음, 목수는 가로 세로 방향으로 실을 띄워 묶고, 기둥이 설 자리를 실 위에 표시합니다. 이 일이 간살이를 잡는 것이지요.

터 파기 후 달구질로 흙 다져

기둥이 들어설 위치가 정해지면 기초 터 파기에 들어갑니다. 집이 안전하게 서려면 무엇보다 기초가 튼튼해야 합니다. 터 파기는 집이 들어설 자리 전체를 파기도 하고, 기둥이 들어설 자리만 파는 경우도 있는데, 모두 생땅이 나올 때까지 팝니다.

터 파기가 이루어지면, 흙을 다져 가며 되메우기를 합니다. 요즈음에는 굴삭기와 같은 중장비로 메우며 두드려 다지면 되지만, 옛날에는 달구질로 다졌습니다.

집터 따위를 다지는 데 쓰는 기구로 달구가 있습니다. 굵고 둥근 나무 토막이나 돌덩이에 손잡이나 줄을 달아 만든 것이지요. 밧줄로 맨 달구를 서너 사람이 노랫가락에 맞춰 들었다 놓았다 하면서 땅을 다지는 것이 달구질이에요.

이 때 한꺼번에 두껍게 흙을 채워 다지지 않습니다. 모래ㆍ잡석ㆍ강회를 차례로 마치 시루떡처럼 층층으로 쌓아 올라가며 다집니다. 강회는 삼화토라고도 하는데, 석회와 흙과 석비레(푸석돌이 많이 썩인 흙)를 1 : 1 : 1로 섞어 만듭니다.

기둥은 나무 자란 방향대로 세워

기초 터 파기와 되메우기가 끝나면, 기둥이 들어 설 자리에 초석을 놓습니다. 서민들 집에서는 막돌을 초석으로 썼고, 집을 제대로 지을 경우에는 다듬은 돌을 초석으로 사용했습니다. 막돌 초석은 자연스러운 맛이 나서 좋고, 다듬은 초석은 집의 격식을 높이고 통일감이 나도록 하는 특징이 있지요.

초석을 놓은 다음에는 기둥을 세웁니다. 기둥을 세울 때, 그 나무가 자란 방향으로 세워야 변형이 적습니다. 나무의 아래인 머리 쪽이 아래가 되게 세우고, 나이테 간격이 넓은 쪽이 남쪽으로 가도록 하는 것이 바릅니다.

또 기둥이 수직 되게 세웁니다. 목수가 기둥머리에 추(다림추)를 매달아 수직을 보아 가며 기둥을 세우는 일을 ‘다림본다’고 해요. 기둥의 수직이 맞으면, 목수는 기둥이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합니다. 이 때 기둥을 세울 자리에 딱 맞도록(기둥 밑면과 초석의 윗면이 일치하도록) 따내기 위하여 그레질을 합니다. 그 바닥 높낮이에 따라 그리는 붓 노릇하는 물건이 그레, 이것으로 그리는 일이 그레질이고요.

'귀솟음' 으로 기둥 높이 달리 해

한옥을 지을 때, 기둥은 수직으로 세우지만, 모든 기둥의 키는 같게 하지 않습니다. 잘 지은 한옥을 보면, 건물 양 끝이 하늘로 쳐들어 올라간 모양을 하고 있어요.

모든 기둥을 똑같은 높이로 세우면 건물 양쪽 끝이 아래로 처진 것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이 일어납니다. 이 착시를 교정하기 위해 한옥은 건물 양쪽 끝을 위로 들어올리기 위해 건물 가운데에서 양쪽으로 갈수록 점차 기둥을 높였습니다.

이렇게 건물 귀로 갈수록 기둥 높이가 솟게 한 것이 ‘귀솟음’입니다. 귀솟음을 어느 정도 둘 것인가는 목수가 집의 규모를 봐 가며 현장에서 결정하지요.

/이상해(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http://kids.hankooki.com/lpage/study/200506/kd2005063015341445690.htm


 
출처 : 블로그 > 오지마을/e-이장 | 글쓴이 : e-이장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