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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스크랩] [펌] [문화와 과학이 있는 집 이야기] 한옥의 특징

[문화와 과학이 있는 집 이야기] 한옥의 특징
자연 환경 조절하는 지혜 담긴 '아름다운 집'
'구들방'과 '마루' 한건물 안에 배치해 추위와 더위 피해…
다른 나라와 달리 실내에선 신 벗고 생활


고구려ㆍ백제ㆍ신라가 나라의 모습을 갖추는 삼국 시대에 이르면, 한옥도 점점 제 모습을 이루기 시작합니다.

추위를 막기 위해 움집 가운데에 만들었던 화덕은 구들로 발전하고, 더위를 피하기 위해 높은 곳에 꾸몄던 다락은 마루로 바뀌게 됩니다. 구들방은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한 곳이므로 사방을 벽으로 쌓아 막았지만, 마루는 더운 여름을 나기 위한 곳이니까 마당으로 트이게 하였지요.

이렇게 서로 역할이 다른 구들방과 마루가 세월이 흐르면서 한 건물 안에 같이 있게 되는데, 이것은 한옥의 큰 특징이랍니다.

- 구들로 인해 부엌·굴뚝 생겨나

삼국 시대의 구들은 오늘날의 구들처럼 방바닥 전체에 놓은 것이 아니었어요. 벽을 따라 외줄로 고래(고랑)를 만들어 구들을 놓고, 일부만을 데운 ‘쪽구들’이었습니다. 이 쪽구들은 고려 시대를 거치면서 방바닥 전체에 구들을 놓는 방법으로 발전해 갔지요.

안동시 하회마을에 있는 충효당(서애 유성룡 선생의 종가집) 사랑채의 마루. 마루에 앉아 바라보는 바깥 풍경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우리가 신을 벗고 실내에 들어가게 된 것은 방바닥에 구들을 놓았기 때문입니다. 실내서도 신을 신고 지내는 다른 나라의 집과 크게 구별되는 이 점은 한옥의 자랑거리입니다. 더구나, 몸이 찌뿌드드할 때 따뜻한 온돌방에서 자고 나면 거뜬해지는 것도 한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고요.

방 전체에 구들을 놓게 되면서, 그에 딸린 부뚜막과 아궁이가 있는 부엌이 만들어지고, 또 굴뚝이 생겨나지요. 아궁이에 불을 땔 때 연기가 빠져 나가는 굴뚝은 한옥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것입니다.

다락에서 발전한 ‘마루’는 ‘높다’는 뜻을 가집니다. 산등성이의 가장 높은 곳을 ‘산마루’, 지붕의 가장 높은 부분을 ‘지붕마루’라 하잖아요. 이처럼 마루는 집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이루어지는 공간이었습니다. 추운 겨울에도 조상을 모시는 제사를 마루에서 지냈거든요.

- 태양의 고도 고려한 처마 길이

한옥은 무엇보다도 자연과 잘 어울리는 집입니다. 지붕 처마는 비바람을 막아 주고, 낙숫물을 처리하는 구실을 하지요. 그 밖에 태양이 낮게 뜨는 추운 겨울에는 집 안 깊숙이 햇빛이 들어오도록 하지만, 태양이 높게 뜨는 여름철에는 섬돌 아래에서 태양 광선이 멈추도록 합니다.

제주 북제주군 애월읍에 있는 안거리마루방(1980년대). 마룻방은 안거리(안채)에 있어 살림 공간의 중심이 되는 마루가 시설되며, 그 양쪽으로 큰 구들과 작은 구들이 나뉘어 배치된다. /사진 제공=황헌만(사진 작가)

태양의 고도를 고려한 처마 길이가 일조량을 조절해 주기 때문이지요. 더구나 위로 올라간 따뜻한 공기가 아래로 숙인 처마에 걸려 쉽게 빠져 나가지 못해 집 안을 따뜻하게 합니다. 처마가 없는 양옥에서는 이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답니다.

또 집을 세우려고 마당에 축담(댓돌)을 여러 겹 쌓아 높게 만든 기단은 땅에서 올라오는 습기를 줄이고, 마당에 반사된 빛이 집 안까지 잘 들어오게 해서 쾌적하도록 합니다.

옛날, 더운 여름철을 시원하게 보내려면 무엇보다 집 앞뒤로 맞바람이 불어야 했습니다. 한옥의 대청마루는 바로 그러한 역할을 했습니다. 한옥의 앞마당은 맨 흙이라 온도가 높고, 뒤뜰은 나무가 심어져 있어 그보다 온도가 낮습니다. 따라서 이 두 곳의 기압 차이로 바람이 생겨나고, 앞마당과 뒤뜰을 통하는 맞바람이 되어 대청마루로 흘러 가는 것입니다.

- 태양열 차단 효과 큰 초가 지붕

한옥은 또 건축 재료의 특성을 이용한 환경 조절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초가 지붕은 태양열을 차단하는 효과가 커서 여름철에는 집 안을 시幣構?하고, 겨울철에는 방 안의 온기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아 줍니다. 추위와 더위의 차가 심한 우리 나라의 건축 재료로 아주 적합하지요. 흙벽도 여름철에는 뜨거운 태양 복사열을 막고, 겨울철에는 실내 기온을 보호합니다.

또한, 한옥은 빛을 받는 곳과 그림자가 지는 곳이 뚜렷이 드러나, 계절 또는 시간에 따라 집의 표정이 다양하고 다채롭습니다.

이처럼 우리의 조상들은 자연과 함께하며 자연 환경을 조절하는 지혜를 한옥에 깃들여 놓았습니다. 그래서 한옥은 살기 편하면서도 아름다운 집이 된 것입니다.

/ 이 상 해(성균관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
http://kids.hankooki.com/lpage/study/200505/kd2005051215194645690.htm


 
출처 : 블로그 > 오지마을/e-이장 | 글쓴이 : e-이장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