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에 따라 생활하고 사용하는 방 달라져
안방 기준으로 위치 따라 방 이름 붙이고 사용자의 권위에 맞는 구조와 가구 갖춰
한옥 가운데 가장 단출한 집은 ‘부엌-안방-대청-건넌방’의 차례로 배열된 일자집입니다.
건넌방은 대청을 사이하여 안방의 맞은편에 있는 방을 말합니다. 안방과 건넌방의 방문은 서로 마주 보고 있지요. 그러니까 안방을 기준으로 해서 그 건너에 있는 방이라 해서 건넌방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이처럼 한옥은 방이 위치한 곳에 따라 그 이름을 붙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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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시 양동민속마을의 초가. 부엌ㆍ안방에 이어 방들이 차례로 배열된 일자집이다. 방 앞에 툇마루가 놓였고 가마솥이 걸린 아궁이도 있지만, 안방과의 사이에 대청이 없기 때문에 건넌방이 아니다. |
방의 이름은 또 지방에 따라 다르게 부르는 경우가 많아요. 어떤 지방에서는 안방은 큰방ㆍ웃방이라 부르고, 건넌방은 상방ㆍ모방ㆍ아랫방이라 부른답니다. 대청에 해당하는 공간은 마룻방ㆍ마리라 하고, 부엌은 정지라 부르는 곳도 있습니다.
그런데 윗방과 건넌방은 다른 방입니다. 윗방은 안방의 위쪽에 붙여 지은 방인데, 지방에 따라 웃방으로도 불리지요. 윗방은 안방 아랫목에서 먼 윗목에 있는 방입니다. 안방과 윗방 사이에는 샛문(장지문)이 있어 서로 연결되고, 윗벽을 등지고 안방의 장과 농이 놓이지요.
건넌방을 건너방ㆍ건넛방ㆍ건널방으로 부르는 것은 모두 틀린 이름입니다. 건넛방은 ‘건너편에 있는 방’을 가리키지요. 부엌 건넛방, 사랑방 건넛방, 곳간 건넛방과 같이 아무 장소든 그 곳을 기준으로 해서 건넛방이 될 수 있으며, 한 집에서 어떤 방도 어느 방이나 장소의 건넛방이 될 수 있어요. 그런데 건넌방은 그렇지 않습니다. 건넌방은 안방 건너에 있는 방만 가리키니까요.
한옥은 이런 점에서 요즘 아파트와 다릅니다. 아파트에서는 어느 방을 건넌방이라고 해야 할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도시보다 농촌 인구가 많았던 시절에 살았던 사람들에게 안방ㆍ건넌방은 특별한 추억 거리를 간직한 곳입니다. 식구들이 단란하게 모여 이야기도 나누고, 식사를 하며, 정이 들었던 곳이기 때문이지요. 또, 건넌방에는 키가 낮아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야 되는 자그마한 방문이 달려 있어 머리가 박힌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을 테니까요.
건넌방 앞에는 툇마루가 달려 마당으로 드나들게 되었습니다. 툇마루 아래에는 아궁이가 있어 추운 겨울에 방을 데우기 위해 군불을 때고, 아궁이에 건 가마솥에 쇠죽을 끓이거나 물을 데웠지요.
-건넌방은 며느리의 방
한옥은 식구들이 태어나서 자라면서 나이에 따라 생활하고 사용하는 방이 달랐습니다. 남자의 경우는 안방이나 건넌방에서 태어나서 건넌방에서 소년 시절을 보내며, 자라서 결혼을 하면 아내와 건넌방에서 살았습니다. 안방이 주인 마님의 방이라면, 건넌방은 아들의 아내인 며느리의 방입니다.
양반집의 남자는 어른이 되면 작은사랑에 거처하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집안의 가장이 되어 큰사랑방을 차지합니다.
여자들은 안방이나 건넌방에서 태어나 거기에서 어린 시절을 보냅니다. 자라서 시집을 가면 정든 집을 떠나 시댁의 건넌방에서 살게 되지요. 세월이 흘러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거나 연세가 많아지면 그제야 비로소 그 집의 안방으로 옮겨 가게 되지요. 대물림을 한 것입니다. 이 때부터 곳간이나 도장의 열쇠가 달린 열쇠꾸러미를 넘겨 받아 집안의 안살림을 관리하는 권리를 가지는 안주인이 되고요.
안방을 차지한다는 것은 그 집안의 실질적인 안주인이 된다는 뜻입니다. 안주인은 그 후 나이가 많아지면 며느리에게 안방을 물려주고 건넌방으로 거처를 옮긴답니다.
제주도에서는 아들 내외가 안거리(안채)를 차지하고 부모가 안채에서 물러나 밖거리(바깥채)로 물러나는 것을 고팡물림이라고 합니다. 이와 같이 한옥은 한 사람이 자기의 공간을 평생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나이에 따라 여러 사람이 잠시 머물러 가는 공간이랍니다.
이렇게 방을 사용하기 때문에 안주인이 쓰는 안방과 며느리가 쓰는 건넌방은 서로 다른 점이 있습니다. 안방은 건넌방에 비해 훨씬 크고, 안주인의 권璣?권위에 알맞도록 가구가 갖추어지고 보료가 깔려 있지요. 안방에서 집안 살림이 보관된 다락과 부엌, 그리고 곳간으로 바로 통하게 됩니다.
하지만 건넌방은 크기도 작고, 윗목에 자그마한 장롱이 놓이고 그 위에 실함ㆍ반짓고리가 놓일 정도입니다. 건넌방 대청쪽으로는 키가 작은 외짝문이 달리고, 앞쪽으로 미닫이창을 달고 그 앞에 좁은 툇마루가 달릴 정도입니다. 건넌방은 시집간 딸이 친정에 와서 아이를 낳는 곳이기도 합니다.
/사진 제공=황헌만(사진 작가)
http://kids.hankooki.com/lpage/study/200505/kd200505261501264569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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