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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펌] [문화와 과학이 있는 집 이야기] 한옥의 '부엌'

[문화와 과학이 있는 집 이야기] 한옥의 '부엌'
음식도 만들고 난방도 하는 다기능 공간
바깥채와 사랑채에는 부엌 두지 않고 솥 걸지 않은 아궁이로 군불만 때


전북 임실군 덕치면 구담마을에 있는 한옥(토담집)의 부엌 모습. 부뚜막에 나란히 걸린 3 개 솥의 크기가 저마다 다르다. /사진 제공=황헌만(사진 작가)

부엌은 집 안에서 밥을 짓거나 그 밖의 음식을 만드는 곳입니다. 오늘날에는 전기 밥솥에 밥을 짓고, 가스 불로 음식을 만들면 되지요. 그렇지만 옛날에는 솥을 걸고 그 아래서 나무에 불을 지펴서 조리했습니다.

-밥 짓고 남을 열로 방 데워

불을 때기 위해 만든 구멍은 아궁이, 그 아궁이 위에 흙과 돌로 쌓아 올린 턱에 솥을 걸어놓은 편편한 언저리는 부뚜막입니다. 어떤 지방에서는 부엌을 정지, 아궁이와 부뚜막을 부엌이라고도 하며, 가마솥이 걸려 있는 부뚜막 주변을 가마목이라 부릅니다.

아궁이에서 나무를 때어 밥을 짓고, 그 나머지 열로 방을 따뜻하게 데웁니다. 따라서 부엌은 반드시 방에 접해 있어야 하고, 부엌 바닥은 방바닥보다 훨씬 낮아야 합니다.

그래서 바닥에 쪼그려 앉아 아궁이에 불을 땠으며, 반찬을 만들고 솥에서 밥을 푸거나 국을 뜰 때에도 허리를 구부릴 수밖에 없었지요. 옛날 어머니들이 부엌에서 일하면서 “아이고 허리야.”라고 한 것은 부엌의 구조가 이렇게 불편했던 탓입니다.

부엌 바닥이 마당보다 낮았기에 부엌 문턱은 자연히 높았습니다. 부엌에서 음식을 가지고 방으로 가려면, 부엌 바닥 턱을 딛고 문턱을 넘어 마당 쪽으로 나가 댓돌 위에서 마루로 올라갑니다. 이어서 방문 앞으로 다가가 밥상을 내려놓고 문을 연 다음에 다시 밥상을 들고 방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이런 번거로움을 덜기 위해, 안방과 부엌 사이에 작은 쪽문을 내어 그릇이나 밥상을 주고받게 하는 집도 있지요.

이처럼 불편한 점도 있지만, 부엌 바닥이 방바닥보다 낮은 것을 활용해 부엌 상부에 다락을 꾸며 집안에 필요한 물건을 보관하고, 또 안방에서 다락에 드나들며 공간을 사용하도록 한 구조에서 대단한 지혜를 엿볼 수도 있습니다.

-추운 지방은 정주간 같이 있어

사랑방 앞에 있는 아궁이와 쇠죽솥(쇠죽가마)의 모습. 시골 할아버지가 아궁이에 장작불을 지펴 놓고 쇠죽을 끓이고 있다.

부엌은 안채 안방 옆에 자리잡고 있으며, 아궁이는 방마다 두었어요. 쇠죽가마가 걸린 아궁이는 저녁에 쇠죽을 끓이고 난 다음에 밤ㆍ감자ㆍ옥수수를 구워 가족이 정겹게 나눠 먹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부엌 밖에 솥이 걸려 있지 않고 아궁이도 있는데, 여기서는 군불(방을 덥게 하려고 때는 불)만 뗐습니다.

한옥 부엌은 지방마다 자리잡음이 서로 다릅니다. 날씨가 추운 함경도 지방이나 강원도 북부 지방의 부엌은 정주간과 같이 있습니다. 정주간이란 부엌(가마목 쪽)과 안방 사이에 벽 없이, 부뚜막과 안방 방바닥이 같은 높이로 한데 잇닿아 있는 공간을 말하지요.

서울ㆍ경기도ㆍ충청도가 속한 중부 지방의 안채는 ㄱ자ㆍㄴ자 모양을 하였습니다. 안방은 집이 꺾인 곳에 위치하고, 부엌은 안방에서 앞으로 꺾여 나온 곳에 위치합니다. 안채가 ㅡ자 모양인 남부 지방의 집은 방들이 부엌-안방-마루-건넌방으로 일렬 배열인데, 부엌이 집의 가장자리에 놓였습니다.

-솥 걸어 둔 부뚜막에 조왕신 모셔

부엌의 부뚜막에는 크고 작은 솥 2~4 개가 걸려 있습니다. 밥하고 물을 끓이는 이 곳을 늘 깨끗하게 관리했습니다. 부엌 가운데서도 가장 신성한 곳으로 여긴 부뚜막에 부엌을 지키는 조왕신(조왕각시ㆍ삼덕할망ㆍ조왕할매)을 모셨습니다. 어머니는 날마다 새벽에 맨 먼저 우물에서 길어온 깨끗한 물을 종지에 담아 부뚜막 뒷벽에 작게 만든 턱에 올려 놓고, 가족의 평안과 수명을 빌었습니다.

조왕신을 모시는 부뚜막에 걸터앉거나 올라가는 것을 금臼늄윱求? 그래서 부엌에서는 부엌 바닥에 똬리나 나무 토막 따위를 깔고 앉았습니다.

부엌은 이 밖에도 목욕간ㆍ식당ㆍ작업 공간 등의 구실도 했습니다. 한옥에는 욕실이 없었기 때문에 여자들은 밤에 부엌이나 뒤란에서 몸을 씻었습니다. 일이 바쁠 때는 부엌에서 식사하고, 절구질 같은 자질구레한 일도 했습니다.

옛날에는 어린이일지라도 남자는 부엌에 얼쩡거리지도 못했어요. 여자들만의 공간인 부엌은 아무리 규모가 큰 집일지라도 바깥채나 사랑채에는 두지 않았습니다. 방에 불을 들일 필요가 없는 여름이나 큰일을 치를 때에는 안마당이나 뒤란에 한뎃부엌ㆍ헛부엌을 걸고 음식을 만들었습니다.

 

http://kids.hankooki.com/lpage/study/200506/kd2005061614450445690.htm


 
출처 : 블로그 > 오지마을/e-이장 | 글쓴이 : e-이장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