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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펌] [문화와 과학이 있는 집 이야기] 마당과 방 사이에 놓인 '마루'

[문화와 과학이 있는 집 이야기] 마당과 방 사이에 놓인 '마루'
고온 다습한 여름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 구조
집 안팎 드나드는 현관 구실…
쓰임과 기능 따라 대청ㆍ마루방ㆍ툇마루ㆍ쪽마루ㆍ누마루로 나눠


경북 안동시 하회마을에 있는 빈연정사의 대청마루. 분합문을 들어올려 놓아 대청 앞마당을 시원하게 내다볼 수 있다. 빈연정사는 조선 선조 16년(1583년) 류운용이 건립하여 서제로 써던 집니다. /사진 제공=황헌만(사진 작가)

한옥은 마당에서 각 방으로 들어가도록 지어져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아파트나 현대 주택에서 집채 안팎으로 드나들 때 거치는 현관이 한옥에서는 없지요.

한옥에서 현관 구실을 하는 것은 마당과 방 사이에 놓여 있는 마루입니다.

-지면과 떨어져 바람 잘 통해

마루는 집채 안에 땅바닥보다 높게 널빤지를 평평하게 깔아 놓은 곳을 말합니다. 사람이 앉아서 생활할 수도 있고, 걸어 다닐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바닥이 지면으로부터 떨어져 있어서 마루 밑으로 바람이 잘 통합니다. 그래서 땅에서 올라오는 습기를 막아 주기 때문에 마루는 쾌적하고 건강한 생활을 하는 데 좋고, 곡식이나 물건을 갈무리하는 곳으로도 이용됩니다.

우리 나라는 여름철에 비가 많이 오며, 무덥습니다. 짜증나는 여름을 보내기 위해 고안된 구조가 마루지요.

이런 마루가 서양의 주택에는 없습니다. 서양에서는 신을 신은 채 집 안으로 들어갑니다. 마루가 없는 프랑스의 신부가 19세기에 우리 나라에 숨어 들어와 선교를 하면서, 한국 문물에 관한 것들을 본국에 보고한 내용 가운데 마루 사이로 바람이 새어 들어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 있을 정도입니다.

-깨끗하고 성스러운 곳 '대청'

우리 나라는 삼국 시대에 이미 마루를 만들었음을 기록이나 옛 건물 터 발굴 때 나온 흔적으로 알 수 있답니다. 마루는 그 쓰임과 기능에 따라 대청·마루방·툇마루·쪽마루·누마루로 나뉩니다.

대청은 안채의 안방과 건넌방 사이의 넓은 마루나, 사랑채의 큰 사랑방 앞의 넓은 마루를 일컫습니다. 대청 마루 또는 큰 마루라고도 하지요. 안채에 있는 대청은 안대청, 사랑채의 대청은 사랑대청이고요.

대청에 모셔 놓은 성주신.

안채의 중심이 되는 장소인 안대청은 오늘날의 거실과 비슷한 구실을 하지만 똑같지는 않습니다. 여름철에는 시원한 대청에서 일상 생활을 처리하며, 집 안에 큰일이 있을 적에는 음식을 준비하는 곳으로 쓰입니다.

또 안대청은 안방과 건넌방을 구분해 주고, 안마당과 뒷마당을 이어 주며 바람이 잘 통하게 합니다. 여기에 앉아서 뒷마당에 가꾸어 놓은 꽃과 나무도 감상할 수도 있습니다.

대청은 지방에 따라서 마당에 면한 앞쪽으로 그냥 틔어 놓기도 하고, 문을 달아 필요에 따라 열고 닫도록 한 것도 있습니다.

상류 주택의 안채는 안방과 대청 사이, 대청과 건넌방 사이에 모두 불발기를 달아 문을 들어 열 수 있도록 한 것이 있습니다. 그리고 대청에서 안마당 쪽에도 분합(한 칸에 네 짝씩 드리는 긴 창살문)을 달아 더운 여름철에는 바깥으로 트이도록 모두 들쇠에 매달아 열 수 있게도 했습니다.

대청 마루 바닥의 높이는 대청에 놓은 밥상 윗면이 마당에서 보이지 않는 정도였습니다. 마당에 서 있는 다른 집 사람에게 밥상의 음식을 보이는 것은 좋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이지요.

안대청에는 곡식을 담아 두는 뒤주와 찬장과 같은 가구가 놓이고, 소반과 같은 목기가 시렁에 얹혔습니다.

대청은 또 집 안의 가장 깨끗하고 성스러운 곳으로 여겼습니다. 대청은 조상을 모시는 제사를 지내는 공간이면서, 집 지킴이 가운데 가장 으뜸가는 성주신을 모시는 곳이었습니다.

-그 밖의 좁은 마루들

마루방의 모든 부분은 온돌방과 같고 바닥만 마루로 된 방을 말합니다. 툇마루는 방이나 대청 마루 바깥에 붙여 달아 낸 좁은 마루입니? 섬돌로 마당에 오르내리도록 한 마루지요.

경북 안동시 하회마을의 입암 고택인 양진당의 대청 마루.

이 툇마루에는 마당 쪽으로 벽체나 창호가 달리지 않고 툇칸에 세운 기둥만 있습니다. 쪽마루는 툇마루와 같이 방이나 대청 바깥에 붙인 마루이지만, 툇기둥이 없이 동바리(툇마루나 좌판 밑을 받치는 짧은 기둥)로 아래를 받쳤습니다.

시골에서 자란 어른들은 쪽마루나 툇마루에서 고무신을 끌고 뜨락으로 내려서며, 앞장 서 가는 달을 본 여름철 깊은 밤을 기억한답니다.

누마루는 상류 주택에서 사랑채의 가장자리 칸에 다른 바닥보다 좀 높게 다락처럼 만든 마루입니다. 바깥 주인이 글을 읽거나 손님을 만나 대화를 나누거나 주변 경치를 감상하는 곳으로 이용되었지요. 누마루는 바닥이 높기 때문에 마루 끝에 아름답게 모양을 낸 난간을 설치하였습니다. 더운 여름에 누마루에 누워 낮잠을 즐기는 것도 삶의 기쁨 중의 하나였어요.

현대 주택과 아파트에는 마루는 없지만 거실 바닥을 마루처럼 처리한 것들을 볼 수 있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재료 사용이랍니다.
http://kids.hankooki.com/lpage/study/200506/kd2005060214205445690.htm


 
출처 : 블로그 > 오지마을/e-이장 | 글쓴이 : e-이장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