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에 담갔다 먹는 '대게 회'에 멍게酒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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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신구가 TV광고에서 내뱉은 이 질문에 대해 확실하게 “안다”고 대답할 수 있는 계절 가을이 왔다. 그러나 동해안 영덕 강구 연안에서만 잡히는 영덕대게를 즐기려면 일반 서민들로서는 다소 부담스런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요즘은 수입 자유화로 북한·러시아 등지로부터 대량으로 대게가 들어오면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진짜 영덕 대게 대신 맛볼 수 있게 됐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유빙(02-403-6400) 에서는 직접 수입한 게를 바다와 같은 섭씨 3도의 거대한 지하 수조에서 보관한다. 입구 양옆으로 늘어선 대형 수족관에서 꿈틀대는 게를 손님이 직접 고른다. 태평양에서 잡은 거대한 킹크랩, 북한산 털게, 러시아산 대게, 열대 바닷가에서 코코넛 열매의 속살을 파먹고 산다는 코코넛 크랩 등 다양하다. 1인당 600g쯤 먹는다고 보고 게의 크기와 마릿수를 결정하면 된다. 크고 살 많은 킹크랩이 가장 인기 있다. 유빙에서는 신선한 게의 담백하고 부드러운 게살과 달큼한 게향을 즐기기 가장 좋다는 찜요리법만을 고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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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역삼동 스타타워 빌딩 안에 있는 왕돌잠(02-2112-2932) 에서는 게살로 만든 수프, 게살을 통째로 올린 샐러드, 게다리 구이 등 다양한 게요리가 곁들여진다. 왕돌잠은 서울 각지에 체인점들이 있다.
서울 양재동 가니야(02-3461-4558) 에서는 대게를 회로 맛볼 수 있다. 껍데기를 벗겨 얼음에 담갔다 내면 게살의 끝부분이 꼬들꼬들하게 말려 마치 꽃이 핀 것처럼 화려하다. 동해에서 잡은 멍게의 윗부분을 자르고 속에 소주를 부어 20분쯤 담가둔 멍게주(酒)도 별미다. 찝찔한 바다 냄새가 물씬하다.
코오라(02-540-4244) 는 일본식 게 요리를 다양하게 선보인다. 요리사들을 매년 일본으로 연수 보낼 만큼 맛에 신경을 쓴다. 논현동 도산공원 맞은편에 있는 가게 외벽에 내걸린 커다란 게 모형이 인상적이다.
한밤중에 대게를 먹고 싶다는 참을 수 없는 욕구가 문득 솟구친다면 무화잠(02-3443-7852) 을 찾으면 된다. 오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영업한다. 킹크랩과 바닷가재도 있다. 지하철 7호선 논현역 2번 출구 부근에 있다.
꽃게는 암게가 알을 가득 품는 봄이 제철이라고 하지만, 알처럼 보이는 노란 영양덩어리와 살이 꽉 찬 가을 수게도 만만찮게 맛있다. 양천구 신정동 맹순이 꽃게찜(02-2654-3410) 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꽃게찜이다. 꽃게를 콩나물, 조랭이떡과 함께 마늘과 고춧가루로 무친 꽃게찜은 아귀찜처럼 얼큰하다. 서너 명이 함께 먹어도 배부를 만큼 푸짐하다. 성남 모란시장 부근에서 시작한 체인점 꽃게맨 꽃게걸 역삼점(02-3453-9198) 에서도 아귀찜 식으로 쪄낸 꽃게범벅이 매콤하면서도 새콤해 인기다.
짭짤한 간장게장은 밥 한 그릇을 ‘게 눈 감추듯’ 비울 수 있다고 해서 일명 ‘밥도둑’이라 불리기도 한다. 강남구 신사동 먹자골목에 있는 프로간장게장(02-543-4126) 은 프로야구 선수들이 단골로 많다고 해서 붙은 이름인데, 게장 맛이 프로급이다. 오뉴월 알이 꽉 찬 게를 대량으로 확보해 게장을 담가두기 때문에 일년 내내 알이 꽉 찬 게장을 맛볼 수 있다.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간이 절묘하다. 게알만 발라 계란 노른자, 김가루와 함께 비벼먹는 게알비빔밥도 별미다. 겨울에는 가느다랗고 부드러운 매생이에 굴을 넣고 걸쭉하게 끓인 메생이국도 인기다.
민물 참게에는 바닷게장에서는 느낄 수 없는 진한 향과 맛의 여운이 있다. 경기도 일산 외곽 내고향집(031-921-9667) 은 민물참게장을 전문으로 한다. 짭짤한 간장이 밴 게딱지에 뜨거운 밥을 담아 쓱쓱 비벼 먹으면 한 그릇이 금세 사라진다. 민물새우, 버섯을 같이 넣고 수제비를 떠 넣어 시원하게 끓이는 메기매운탕도 시원하다. 역시 일산 외곽에 있는 평양 할머니 밥상(031-977-0119) 은 알이 꽉 찬 간장게장이 짜지 않으면서도 제대로 간이 배어 있다. 포장 판매도 한다. 돼지 등뼈를 넣어 이북식으로 제대로 끓인 비지찌개, 구수한 된장찌개, 바삭바삭한 빈대떡도 맛있다.
대게, 영덕·울진 맛있는
집
손에 밴 진한 대게 향기...치약으로 씻어야 없어져
영덕이 자랑하는 대게의 동네는 강구항이다. 강구에 들어서면 거의 모든 식당이 ‘대게 전문’이라는 간판을 걸어놓았다. 대게를 파는 식당이 무려 180여곳에 이른다고 한다. 향기로운 대게 냄새가 온 동네에 진동하는 느낌이 강구에서 받는 첫 인상이다. 전통있는 명가로는 대게 종가(054-733-4147) 가 있다. 1979년 문을 열었을 때는 제2삼성횟집이라는 이름이었는데, 같은 자리에 건물을 새로 짓고 올 3월에 현재 이름으로 신장개업했다. 대게찜을 주문하면 먼저 밑반찬이 나온다. 그걸 집어먹고 있으면 먹기 좋게 손질한 대게가 올라온다. 이 집에서 대게 맛을 더 부각시켜주는 건 짜지 않은 간장을 바탕으로 한 새콤달콤한 소스다. 영덕 대게는 큰 만큼 제대로 먹으려면 비싸다. 서너 명이서 15만원 정도는 예상해야 한다. 담백한 대게를 먹고 나면 매운탕을 끓여다 주고, 게알에 밥을 비벼준다. 시즌이 아닐 때는 수입산 중에서 선별해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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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협 위판장 뒤에 있는 강구 냉동 대게 타운(054-733-9889) 도 영덕 사람들이 많이 추천하는 집이다. 큰 대게도 좋지만 이 집에서는 1마리에 1만5000원 정도 하는 작은 게를 골라서 먹는 것도 훌륭한 선택이다. 게의 선택에 있어서는 자신이 있다는 듯 “살이 야물다카는 박달을 많이 써야지”라고 주인은 시원한 경상도 사투리로 얘기한다. 메뉴는 대게찜과 대게탕 두 가지. 제 철이 아닐 때는 수입산이 들어오니까 일년 내내 영업하지만 아무래도 현지에서 잡은 대게를 맛보는 게 낫다. 대게탕은 얼큰하게도, 지리처럼 맑은 국물로 시원하게 끓이기도 한다.
7번 국도 옆에 있는 신대교 입구에는 큰다리 대게 타운(054-733-4599) 이 있다. 이 집 대게찜도 속살 맛이 달고 담백하다. 편하게 추천할 만한 건 그날 잡은 1만원짜리 정도의 게다. “물가에서 잡는 거, 먼 바다에서 잡는 거 다르잖아요?” 재료가 싱싱한 산지에서 먹는 것이기 때문에 대게를 고르는 눈이 더욱 중요하다고 요리사는 강조한다. 값이 비싼 큰 놈은 선물용으로 많이 나간다고 한다. 손으로 대게를 뜯어가면서 먹고 나면 비누로 씻기에는 대게의 향기가 너무나 강하다. 그래서 치약으로 손을 씻다보면 대게를 제대로 먹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울진 죽변에서도 수협 공판장에 가면 1층에는 대게를 비롯해 동해안의 싱싱한 해산물을 만날 수가 있다. 방파제 쪽에는 회 센터가 있는데, 그 중에서 11호 대게 회 센타(054-783-0693) 는 주인이 광고가 필요없다고 얘기할 정도로 단골들이 많이 찾아오는 식당이다. 국산 대게를 먹으려면 조금 기다려야 하므로 아직까지는 수입산 대게를 판다. 1kg에 2만5000원 정도면 선별해서 들여놓은 수입산 대게를 먹을 수가 있다. 대게를 먹기에는 철이 좀 이르다는 생각이 들면 생선회를 먹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다. 요즘은 특히 감성돔이나 광어가 물이 좋다고 한다.
후포 쪽으로 발걸음을 돌려보는 건 어떨까. 수협 건물 안에 있는 안동횟집(054-787-8083) 에는 다양한 대게 요리가 준비되어 있다. 찜을 먹으면 조그만 불게 튀김이 나오기도 하고, 꽁치를 한 마리 구워주기도 한다. 얼큰하게 끓인 대게탕은 세 명 정도 가서 3만원이면 적당하다. 이 집의 별미는 대게 비빔국수와 초밥이다. 비빔국수는 고추장 양념으로도, 초간장 양념으로도 말아준다.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다. 토실토실한 다릿살을 빼서 만든 초밥도 식사로는 적당하다. 수입산은 주문하면 구해다 주긴 하지만, 대게는 제 철에만 한다. 대신 생선회도 다양하다. 쥐치, 방어, 도다리, 광어 등이 찬바람 부는 동해의 풍요로운 바다를 실감나게 해준다.
(고형욱·음식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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